나의 무덤 앞에서 이젠 울지 말아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잠들지 않아요.
나는 이리저리 부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나는 밤이 되면 부드럽게 빛나는 별이에요.
나의 무덤 앞에서 이젠 울지 말아요.
나는 거기 없어요. 나는 죽지 않았어요.
메리 엘리자베스 프라이 <내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중에서
나는 천 개의 바람이에요
나는 열세 살 때 미국으로 음악공부를 하러 떠났다. 내 나이 이십대에는 세계 무대에서 최고의 연주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려 몸부림치며 살았다.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항상 나를 중심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결혼하고 첫아이를 낳았을 때 비로소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다. 나는 한 생명의 창조자가 되어 상상도 못할 기쁨을 얻는 동시에, 어마어마한 책임감을 느꼈다.
손가락 부상을 이겨내고 연습에 몰두하고 있을 때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두 아이의 어미인 나는 바다 밑으로 사라진 그 소년소녀들의 혼이 없어지지 안았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아직도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는다. 모두 더 좋은 세상에서 다시 만나리라 믿는다.
참담한 와중에 이 시를 노랫말로 음악을 만들었다. 음악은 내 뼛속, 몸속, 혼에 녹아들어 나를 지탱해주는 보물이다. 음악은 그만큼 위대하다. 지금 마음이 갈가리 찢어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넋을 놓고 계실 아이들의 부모님게 이 음악을 바친다. 그 아이들이 우리 미래를 다시 일으켜 세울 큰 바탕이 될 것을 믿는다.
정경화 / 바이올리니스트 1967년 카네게홀에서 열린 리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쌓기 시작했다. 언니 첼리스트 정명화, 동생 지휘자 정명훈과 함께 정트리오로 유명하다. 최근 세월호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헌정곡 <내 영혼 바람되어>를 싱글 음반으로 발표했다.
정재숙 엮음 / ‘나를 흔든 시 한 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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