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실연의 상처는 어떻게 극복하나?

송담(松潭) 2013. 7. 27. 20:07

 

실연의 상처는 어떻게 극복하나?

아니, 극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상처는, 특히 실연의 상처는 본질적으로 극복 불가능한 것 같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극복하려고 하면 극복이 안 된다. 나는 상처에 굴복한 자신을 인정하기 싫어서 엄청난 연기력을 발휘했다. 물론 실패했지만, 상처가 없는 척, 아프지 않은 척한 것이다. 스스로 나는 괜찮다는 주문을 걸기도 하고, ‘쿨해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기도 했다. 인생에는 사랑이나 상처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속이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아픔 속에 흠뻑 빠져 있는 것이 낫다.

 

 극복되지 않은 채 마음 깊숙이 침잠해버린 상처는 오랜 시간이 지나 추억조차 희미해진 시점이 와도, 언제든 다시 재발할 수 있다. 제대로 슬퍼하지 못하는 상처는 언젠가는 반드시 되돌아와 우리의 잠든 무의식을 강타한다. 슬픔의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체험해 보는 것이 우리를 성장케 한다. 상처를 곱씹는 일은 지독히 아프지만, 그런 솔직함은 스스로에게 커다란 도움이 된다. 아픔을 치유하려고만 하지 말고 우선 아픔과 친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상처도 익숙해지면 어느덧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그 상처가 나를 좀 더 나은 존재가 되도록 이끌어주는 스승이기도 한다. 슬픈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상처가 마음속에서 제멋대로 날뛰지 않도록 온순하게 길들이지 말자. 안 아픈 척, 쿨한 척하지 말자. 아픔을 절실히 느끼면서 아픔의 무늬와 질감을 느껴보자. 그러면 내가 미처 몰랐던 나를, 영원히 풀리지 않는 사랑의 수수께끼를, 그리고 헤어진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상처는 전쟁의 대상이 아니다. 상처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아프지만 더없이 소중한, 내면의 벗이다.

 

정여울 /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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