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지향점(指向點)
“내 마음 알지, 내가 얼마나 자기를 사랑하는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남편이 아내에게 연신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인다.
그렇지만 그는 아내 대신에 무거운 짐을 들어주거나
아내를 위해 청소해본 적도 없다.
심지어 아내가 추위로 몸을 떨 때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지켜볼 뿐
목도리를 풀어 그녀의 목에 둘러준 적도 없다.
정말 그는 자신의 아내를 사랑하는 것일까?
우리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사랑은 몸으로, 즉 실천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그의 고난과 고통을 기꺼이 대신하려는
마음에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사랑이라는 말은 하나의 미사여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이 언제나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니까 가난한 것이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생명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사랑은 최종적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 대신
기꺼이 죽을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기도 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아낌없이 줄 때,
우리는 사랑이 이룰 수 있는 극한에 도달한 셈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소중한 것을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면,
생명을 주는 행위는 사랑을 완전하게 만드는 행위일 것이다.
강신주/ ‘철학이 필요한 시간’중에서
* 위글 제목 ‘사랑의 지향점(指向點)’은 독자가 임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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