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거울 속 어머니

송담(松潭) 2010. 3. 9. 17:41

 

거울 속 어머니

 

차옥혜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거울을 보면

어머니가 그 안에서 나를 보고 계신다

서글프신 듯, 기쁘신 듯

할 말이 있으신 듯

그러나 끝내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만 보신다

그러나 나는 벌써

어머니 마음, 어머니 말씀

번개보다 빠르게 다 알아채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마주 웃으신다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시문학사)에서

(2010.3.8 한겨레)

 

* 차옥혜

1945년 전주에서 태어나 경희대 영문과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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