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 어머니
차옥혜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거울을 보면
어머니가 그 안에서 나를 보고 계신다
서글프신 듯, 기쁘신 듯
할 말이 있으신 듯
그러나 끝내 아무 말씀 안 하시고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만 보신다
그러나 나는 벌써
어머니 마음, 어머니 말씀
번개보다 빠르게 다 알아채고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어머니도 고개를 끄덕이시며
마주 웃으신다
-시집 <식물 글자로 시를 쓴다>(시문학사)에서
(2010.3.8 한겨레)
* 차옥혜
1945년 전주에서 태어나 경희대 영문과와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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