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생명의 장(場), 가족

송담(松潭) 2010. 6. 7. 10:01

 

생명의 장(場), 가족

 

 

여러 행사로 가득 찼었던 5월 ‘가정의 달’이 끝났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다양한 행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가족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 및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이분화하는 역할 분리를 통해서 가족이 제도적으로 성차별을 조장해 왔다고 비판해 왔다.

 

마르크스주의자와 함께 자유주의자들도 가족은 상속과 다양한 지원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만들어 내는 핵심적 요소 중의 하나임을 과학적 증거까지 동원하여 입증해 오고 있다. 아빠의 폭력에 시달리는 많은 아내들과 어린 자녀들에 관한 뉴스들도 가족이 선(善)한 장소가 아니라 악(惡)의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현장을 통해 증언하고 있다.

 

가족은 또한 사람들의 성격까지도 왜곡할 수 있음이 여러 임상적 연구들을 통해 보고되고 있다. 사회복지사 마크 시켈(M. Sichel)이 말하는 ‘피해 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 또는 ‘비위 맞추는 사람’이 좋은 예이다. 시켈의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사람’이란 자신이 내뿜는 독소로 인해 다른 가족원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으로, 잘못은 늘 상대방 탓으로 보아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법이 없으며, 자기로 인해 다른 사람이 고통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더하여 자신이 도덕적, 윤리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높은 기준을 도저히 따라 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규칙들을 만들고, 이 규칙들을 다른 가족원들이 지키도록 강요하며,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독소가 되어 쏘아 가족원들을 항상 좌불안석이 되게 하는 사람이다.

 

다른 한 편 ‘비위 맞추는 사람’은 다른 사람은 즐겁게 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자신이 즐거운 경우는 거의 없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나 아무리 많은 사랑을 받아도 자신에 대해 긍정적인 느낌을 갖지 못한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더 신경을 쓰고, 자신의 욕구나 열망은 주장하려고 하지 않으며, 버림받을까봐 불안해하고, 책임감이 지나치게 발달해 주위 사람들의 문제를 자신이 해결해 주고자하며, 동정심과 사랑을 혼동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들이다.

 

가족에 대하여 밝혀진 이러한 연구들과 비판들은 가족이 ‘안식처’ 내지는 ‘사랑과 애정의 공동체’만이 아님을 알게 했다. 가족의 악한 얼굴로 인해 가족을 떠나거나 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우리 인간의 삶에 필수적 제도이다. 아동학이나 인간 발달학의 많은 연구들은 아이들 양육과 성장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건강한 발달에 가족만한 곳이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

 

가족은 어린 생명이 자라면서 건강한 성인으로서의 삶에 기초적인 신뢰감과 유대감을 체화하고 자신의 정체감과 관계의 역동성을 배우게 되는 곳이다. 한때 시도되었던 소련이나 이스라엘의 집단주의적 아동 양육 방식이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은 가족이 아이들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지를 역사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가족을 통해 우리는 인간적 성숙을 이루어 가기도 한다. 마음에 안 맞는다고 해서 쉽게 헤어질 수 없는 가족관계의 반영구적 특성으로 인해 서로를 참아내고 용납하며 용서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어미나 아비, 또는 아들과 딸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는 부단한 노력 속에서 자기 이익을 뛰어넘는 헌신과 희생을 배우게 된다. 가족 관계를 통해 우리는 기본적 도덕과 윤리를 배운다.

 

그래서 가족은 육체적 생명과 함께 정신적 생명까지도 자라고 보존될 수 있는 생명의 장(場)이다. 이것이 그 악한 얼굴에도 불구하고 가족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의 생명력은 힘든 노력 속에서만 피어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서선희 /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

(2010.6.7 광주일보)

 

사진출처 : 유형민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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