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중(百中)을 기다리며
다가오는 음력 7월 15일 백중은 사람들의 생활습관이 바뀌면서 잊혀져 가는 우리의 명절 중에 하나다. 그날을 백중, 백종 또는 중원이라 하며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길일이라 여겨 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일 년 365일 중 상원(정월보름), 중원(7월 백중), 하원(10, 15일 과거급제축일)으로 나누어 중원을 가장 으뜸의 날이라 했다.
또한 삼원(三元-1월15일, 7월15일, 10월15일)에는 염라대왕이 저승사자들에게 인간들의 죄과를 조사해오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잠들지 않고 생생하게 깨어있으면 조사를 할 수 없다. 그래서 염라대왕도 죄인을 잡아들일 수 없어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 삼천갑자 동방삭이처럼 오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 꾀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비밀스러운 말이라 그날 잠을 자면 눈썹에 하얗게 써까리(서캐-이의 알)가 낀다고 가르쳤다.
백중은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목련존자가 6신통을 얻어 천안으로 천상과 지옥을 꿰뚫어 보게 되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이 남다른 목련은 천상인간지옥계에서 어머니를 찾아보았다. 어머니는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과 흉측함이 말할 수가 없었다. 목이 메인 목련존자는 먹을 음식을 어머니에게 드렸으나 먹으려는 순간 입에서 불길이 솟아 태워버렸다. 어찌할 수 없는 목련은 세존에게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하였다. 목련아 네가 비록 도력과 신통력이 있다고 하지만 삼보를 대방한 죄는 너의 신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에게 한 가지 방법을 일러주겠다. 우란분회 때에 출가 대중에게 지성으로 공양하라 그 공덕으로 어머니의 죄가 가벼워져 아귀도를 면할 것이다.
백중은 백종 또는 우란분회(거꾸로 매달리다)하며 목련의 효심에서 연유된 것이다.또한 백종은 그해 농사지은 과일과 음식 100여 종을 부모님과 조상님에게 공양 올려 효를 다한다는 뜻이며 스님들은 이날 대중 앞에 나아가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여 참회를 구하고 절에서는 스님들과 신도들이 돌아가신 칠대조상들을 위해 음식으로 재를 올리는데 근원 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모처럼 가까운 사람은 없다. 아버지가 아니면 태어날 수 없고 어머니가 아니면 잘 자랄 수가 없다. 효성스러운 자식이라면 부모님을 위해 복을 짓고 법경을 베풀어야 한량없는 공덕이 되어 부모님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부모은중경’ 중) 만약 어떤 사람이 자기 집에 범천(천사)이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범천이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제석천(하느님)이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효도하라 제석천이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 모든 천신을 자기 집에 있게 하고 싶거든 부모를 공경하라 모든 천신이 그 집에 머물 것이다. 만약 천신과 성현과 여래에게 공양예배하고 싶거든 부모에게 공양예배 올려라 천신과 성현과 여래가 곧 그 집에 머물 것이다.(‘잡보장경’ 중)
세존께서는 항상 부모와 노인에게 공경하고 공양 올려 효를 다하라 말씀하셨다.효는 인간의 참된 덕목 중에서 가장 으뜸이 되고 간절한 마음이 있는 사람일수록 선하고 착하여 법이 없어도 세상을 정화시키고 효심이 없는 사람일수록 모든 일이 제멋대로고 위와 아래 부모와 남을 가리지 못해 언행이 불손하고 방자하여 세상을 혼탁하게 한다. 백중 우란분절은 일반인들에게 잊혀지고 있지만 어른을 존경하는 것을 일깨우고 조상과 부모에게 항상 감사의 마음과 효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아름다운 명절’이다.
현지 / 무등산 원효사 주지
(2011. 7. 15 광주일보)
'부부,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판 고려장을 아시나요 (0) | 2011.08.30 |
---|---|
내가 살아가는 이유 (0) | 2011.08.19 |
배고프니까 엄마다 (0) | 2011.06.17 |
사랑의 지향점(指向點) (0) | 2011.06.13 |
향기로운 노후 (0) | 2011.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