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현대판 고려장을 아시나요

송담(松潭) 2011. 8. 30. 10:02

 

 

현대판 고려장을 아시나요

 

 

 

 고구려 시대 고려장이라는 풍습이 있었다. 늙어서 쇠약한 부모를 산채로 묘실(墓室)에 옮겨 두었다가 죽은 뒤에 그곳에서 장사를 지내는 풍습이다.

 

 옛날에 한 아들이 늙어 노망한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 산으로 가서 버리고 난 뒤 그 지게를 가져오지 않자 그의 아들이 물었다. “왜 지게를 가져오지 않으셨나요?” 아버지는 그냥 버리고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아들이 그 소중한 지게가 있어야 나도 아버지가 늙으면 아버지를 짊어지고 산에 올라갈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자신의 잘못을 크게 뉘우치고 아버지를 산에서 모시고 와 잘 봉양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711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세 명의 자녀를 둔 독거노인의 생활을 소개했다. 그 노인은 주민센터에서 하루에 한끼씩 제공해 주는 식사를 세 끼니에 걸쳐 나눠먹으며 외로이 생활하고 있었다. 그 노인에게는 세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자식들은 전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다. 심지어 전화번호마저 바꿔버렸다. 안타까웠다.

 

 자식!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 부모는 자식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진통을 겪으며 세상의 빛을 보게 한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부모들은 내 자식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금이야 옥이야키운다. 하지만 부모들은 어떤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 자식들이 행복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모든 부모의 마음이 그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모습은 어떤가. 부모가 늙으면 나 몰라라 하는 현대판 고려장을 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이야기처럼 먼 훗날 자신도 고려장이 될 줄을 왜 모르는가!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까마귀조차 부모의 은혜를 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은혜에 대한 보답을 행동으로 실천한다고 한다. 어미 까마귀가 늙어 거동이 불편하면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고사도 있다. 그런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이 부모의 은혜를 모른다니.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는 부모를 직접 모시지는 못하더라도 부모님의 바다와 같은 은혜를 생각하며 항상 안부를 걱정한다. 우리나라의 미풍양속인 가족공동생활이 서구 문명의 유입으로 무너져가고 있다. 자식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노년을 보내던 시대도 바뀌었다. 이제는 부부만 고독하게 생활하는 시대로 변했다. 일부는 그 생활이 더 편하다고도 한다. 필자도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아들, 손자들이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가버릴 때 느끼는 허망함이란 이룰 말할 수 없다.

 

 시대의 흐름이 현대판 고려장을 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그렇고 우리의 자식들 또한 그렇게 될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잠시 눈을 감고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려 본다.

 

민경식 / 광주시 동구 산수1

(20011. 8. 30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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