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 경제학 측면에서 ‘모바일 투표’를 분석해보면? -

12월 1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대선 후보를 뽑는 경선이 최근 국민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번 경선에서는 모바일 투표라는 방식이 새로 등장했습니다. 휴대전화로 경선에 참여하는 것이죠. 물론 기존의 투표장 투표와 여론 조사도 물론 함께 하고 있지요.

왜 이런 방식이 생겨 났을까요? 정치권에서는 보다 광범위하고 정확한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저조한 투표율을 끌어올리고, 정치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이유도 크겠죠.

경제학으로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형태를 들여다볼까요?

이런 현상을 경제학적으로 설명해 볼까요? 경제학에서 파생된 이론인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 이론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겁니다.

합리적 무지 이론은 유용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언제나 비용이 꽤 많이 들게 마련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그 정보가 가져다 주는 혜택보다 정보를 얻으려고 지출하는 비용이 더 큰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요. 이런 경우, 그 정보를 얻지 않고 차라리 무시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볼 때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때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무지(rational ignorance)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합리적 무지 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들이 선거나 투표를 앞두고 관련된 정치 상황이나 후보들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애쓰지 않고 투표장에 아예 가지도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들은 각자 합리적인 판단에 의하여 그런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죠.

왜 선거 정보를 무시하나요?

첫째, 정치적인 이슈에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다른 일상생활들로 인해 너무 바쁘거나, 혹은 상대적으로 다른 이슈들에 비해 정치에 대하여 관심이 적어진 경우가 있을 수 있죠. 이런 사람은 개인적으로 신문을 보거나 언론을 통하여 정치적인 이슈나 특정 후보들에 대한 가치 있는 정보를 얻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차라리 그러한 정보를 무시하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자신이 바쁜 와중에 시간을 들여 정치적 이슈와 후보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 정보에 근거한 자신의 결정, 즉 자신이 기입한 한 표가 선거 결과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경우에 따라 자신의 투표가 수천만의 표 중에서 하나에 불과하여 자신이 투표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 선거 결과에 별로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합리적 무지 이론을 응용하면 ①상대적으로 정보를 획득할 시간이 많고 정치적 상황에 대하여 보다 관심이 많은 중장년 층이 투표율이 높은 현상과 ②다른 일에 바쁘고 정치적 상황에 덜 민감한 젊은 층의 투표율이 훨씬 적은 현상이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바일 투표까지 생겨났군요.

한 표가 아쉬운 정치권으로서는 대책을 찾아야 하겠죠. 그래서 젊은 층이 투표에 참가하는 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여 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나온 것이 바로 모바일 투표인 것입니다. IT 기술에 익숙한 젊은 층이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위하여 필요한 가치 있는 정보를 입수하도록 유도하는 기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아쉬운 점이지요.

합리적 무지 이론의 가장 큰 단점은 우리가 특정 정보를 얻어서 혜택을 보기 전까지는 실제로 그 정보의 가치가 얼마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이론의 이름에서는 ‘합리적’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기도 쉽다는 뜻입니다.

지방 선거를 비롯하여 대통령 후보 경선,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대한 우리 자신들의 합리적 판단을 위하여 필요한 정보를 최대한 입수하여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나중에 우리 자신과 국가에 아주 큰 혜택을 가져다 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김동영/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2007.10.19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