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은 열정
"여러분, 그 유명한 `깨진 유리창의 법칙`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까?" 나의 질문에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자동차의 깨진 유리창 한 장을 무심코 방치하면 며칠 사이 자동차의 나머지 창문이 온통 깨지고 타이어까지 훔쳐가 차를 완전히 망가뜨리게 된다는 이야기다.
줄리아니가 뉴욕시장이 되었을 때 그곳은 크고 작은 강력 범죄가 들끓고 지하철은 낙서, 깨진 유리창, 술주정뱅이로 얼룩져 타락해 있었다. 그는 강력 범죄를 퇴치하기보다는 사소하게 보일지라도 먼저 지하철 낙서를 지우고, 파손된 유리창을 바꾸는 데 노력을 집중했다. 그러자 강력 범죄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뉴욕은 차차 활기를 되찾아갔다고 한다.
그간 우리는 야심차게 선진 정예강군 육성이라는 국방개혁2020의 청사진을 그렸다. 어디 그것뿐인가. 군 의무, 시설, 정보화, 군수, 교육은 물론 복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계획을 열심히 마련했다. 최근에 나는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읽으며 이렇게 마련된 수많은 계획들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왜냐하면 계획을 실행하다 보면 이해관계 집단의 반발에 부딪히고, 정책 목표 사이에 충돌이 발생하고, 한정된 예산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배분할 것인지에 대해서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곧 불어올 겨울 찬바람이 걱정되어서인지는 몰라도 나는 깨진 유리창이 도대체 무엇일까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어느 과장의 지적처럼 낡고 허름한 구관 건물일까, 아니면 처삼촌 묘 벌초하듯 대충대충 건성으로 일하는 태도일까.
계획은 시작일 뿐, 치밀한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모래밭에 그린 웅장한 성곽에 불과하리라. 잭 웰치는 현실을 직시하고,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목표를 보다 높게 설정하고 임무를 완수하도록 가차없이 추궁하는 것을 경영신념으로 삼았다고 한다.
이렇듯 치열한 경영관리 없이 국방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가장 경계해야 할 치명적인 깨진 유리창은 실행하는 일에 무섭게 매달리는 열정이 식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불꽃 같은 열정이야말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 속에 부국강병의 꿈을 실현하는 출발점이다.
김영룡 / 국방부 차관(2007.10.10 매일경제)
< 참고>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1982년 제임스윌슨(James Wilson)과 조지켈링(George Kelling)이 자신들의 이론을 월간잡지 (애틀란타))에 발표 하면서 명명한 범죄학 이론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건물주인이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지나가는 아이들이나 행인들이 또 돌을 던져 그 유리창의 나머지 부분까지 모조리 깨뜨리고, 나아가 그 건물에서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까지도 높아 진다는 것이다..
즉 깨진 유리창 하나가 무법천지를 만든다는 이야기다.
한편 미국의 저명한 홍보 마케팅 전문가인 마이클레빈은 이를 기업경영에 접목시켜 "성공은 치열한 경쟁이나 값비싼 홍보 마케팅과 원대한 비젼에만 의존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있는 일의 작은 부분을 챙기는 데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즉 아주 사소해 보이는 기업의 깨진 유리창들(느린 홈페이지 로딩속도, 엉뚱하게 연결된 링크와 사라진 웹페이지,더러운 화장실, 불친절한 매장 직원 등등)에 소홀 할 경우 기업은 엄청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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