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미네르바의 올빼미

송담(松潭) 2007. 11. 9. 20:42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야 날개를 편다.

-  헤겔 (Georg W.F. Hegel, 1770-1831) - 

 


1) 그 의미하는 바에는 이론이 있지만,

사태나 상황의 말미에 가서야 비로소 인식이 가능하다 뜻으로 널리 이해. 


보다 부정적 의미로는, 철학이란, 사태나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알아채거나 설명하지 못하고 뒤늦게야 주석을 한다는 뜻으로도 새겨지는 말.


미네르바는 로마신화의 지혜의 신. 올빼미는 그 상징.

'미네르바의 올빼미' 는 인간의 지혜 나아가 철학을 상징


2) 하루가 지나고 황혼이 깃드는 저녁이 되어야 철학하는 지혜가 비로소 그 하루를 돌이켜보기 시작한다는 말.    

따라서 헤겔의 그 말에 의하면,

철학이란 한시대가 지난 뒤 그 시대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을 내릴 수는 있을지언정 미래를 예측하고 적극적으로  대비하도록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

  

3) 지혜나 학문이 현실의 사건이나 문제에 개입하여 해결책을 주지 못하고 모든 일들이 끝난 뒤에야 명료하게 정리되는 '학문이 현실에 뒤쳐지는' 한계를 꼬집은 말.

 

 

 

 

 

 

 

올빼미는 해가 저물어서야 기지개를 펴고 날개짓을 한다

빛의 시세포가 발달되어 사람이 느낄 수 있는 100분의 1정도 되는 빛에서도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밤이 사색의 시간인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결같은가 보다.

 

그래서 로마인들은 똑같이 시력이 발달하였지만 낮에 활동하는 독수리를 전쟁의 상징으로 받든 한편으로,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 에게 선물했다.


* 아테나 / 미네르바

(제우스의 후계자, 전쟁의 신, 가정의 수호신, 지혜의 여신)

지혜의 여신으로 팔라스라 불리는 아테나(미네르바)는 제우스의 딸이었다. 그러나 이 여신에겐 어머니가 없었다. 제우스의 머리에서 완전히 무장한 채 처녀의 모습으로 태어났는데, 그녀가 있는 곳에는 항상 올빼미가 있었고 올리브가 그녀의 나무로서 바쳐져 있었다.

 

 

미네르바의 부엉이

 

 

네르바(Minerva)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에 해당하며, 에트루리아의 멘르바(Menrva)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네르바는 항상 부엉이와 함께 다녔다. 부엉이는 세상 구석구석을 세심하게 살피고 신의 말을 전하는 전령 노릇을 했다. 미네르바의 사자(使者)이자 아이콘이었던 셈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전파하는 데는 독일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의 공이 컸다. 관념론을 집대성하고 변증법을 정형화한 그는 1821년 발간한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든 뒤에야 날기 시작한다”는 명언을 남겼다. 사회적인 사건과 현상들은 끝 무렵이 되어서야 그 실체를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에는 지식인들이 사건을 예측하여 미리 대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사태가 끝난 뒤 사후 분석이나 한다는 비판도 담겨 있다.

 

지난달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이런저런 의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다시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은 우리에겐 어울리지 않는 대통령이었습니다”는 어느 목사의 추모글처럼 그는 시대를 앞서간 지도자였다는 점에서다. 노 전 대통령이 몸을 던진 곳이 봉화산 부엉이 바위였다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헌신했다.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과 균형을 지키면서도 소박한 삶을 소망했던 서민의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두터운 관행과 기득권의 벽에 부딪혀 풀지 못했던 개혁과제들과 시대적 모순은 이제 산 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뒤늦게나마 그가 추구했던 이상과 가치를 되새겨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밤이 이슥해서야 낮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정후식 / 사회1부장 (2009.6.1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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