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라

송담(松潭) 2007. 10. 2. 10:02
 

 

신나고 즐겁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라


 논픽션’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논픽션(nonfiction)’이란 ‘픽션(fiction)이 아닌 것’을 말한다. ‘픽션’이 허구의 세계인 소설을 말하는 것이므로 ‘논픽션’이란 비소설(非小說), 즉 허구가 아닌 모든 글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일기, 자서전, 여행기, 수기, 취재기, 보고서, 일대기…. 자신의 ‘경험’과 ‘진실’이 깃들어 있는 글이라면 모두 논픽션이 될 수 있다. 없는 것을 새로 지어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일정을 빼곡히 적어 놓은 메모지와 수첩, 다이어리와 일기장, 여행을 다녀 오거나 좋은 책을 읽고 나서 블로그와 홈페이지에 올렸던 토막글과 댓글들이 바로 논픽션의 훌륭한 소재이자 뼈대가 된다.


시인 이양하는 수필 ‘메모광’에서 “기회 있는 대로 정리하고 정리하는 메모는 고액의 지폐에 비길 바가 아니다. 내 메모는 나를 위주로 한 인생 생활의 축도(縮圖)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신이 종이에 적어놓은 것이 삶의 편린이라면, 그것을 잘 모아서 가공해 낸다면 훌륭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레 ‘나는 글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동문학가 이오덕씨가 남긴 말을 되새겨 볼만 하다. “글의 가치는 그 글의 길이에 있는 것도 아니고, 문장을 꾸며 만드는 손재주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는 “삶이 있는 글을 쓰자. 지금까지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여 덮고 숨기고 멸시해 온 내 것을 다시 찾아 내어, 그 가난하고 조그만 것들을 드러내어 보이고, 고이 키워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자서전 쓰기 가이드북인 ‘나를 기록하라’를 낸 생활칼럼니스트 현혜수씨는 “나만의 방법으로 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라”고 충고한다. 그림을 그리듯이, 독백하듯이, 사진을 스크랩하듯이, 시나리오를 쓰거나 뉴스를 전하듯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위선이나 가식에서 벗어나 오직 그 삶의 주인공인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경험을 진솔하게 글로 옮겨놓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신나고 즐거운’ 일이어야 한다. 그저 쥐어짜듯 써 내려간 글이라면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자신의 삶에서 기쁨과 놀라움을 느끼는 과정을 글에 담고, 흥에 겨워 재미있게 쓴 글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표절 같은 것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유석재 기자 / 2007010.2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