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보상을 바라지 않는 실천

송담(松潭) 2008. 7. 9. 17:01
 

 

보상을 바라지 않는 실천

- 공자 사상 -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흉노에게 항복하여 포로가 된 장군 이릉을 변호하다가 남자로서 가장 수치스러운 형벌을 받은 사마천은, 그가 지은 《사기》를 통해 유교의 밑바닥에 숨어있는 이 같은 비극적인 면을 잘 드러내 보였습니다. 사람다움을 실천함으로써 사람다움을 이루었다고 공자가 극찬한 백이숙제에 대해, 사마천은 옳은 일을 하고도 불우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공자의 가장 뛰어난 제자 안회는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던 반면, 이름난 도적인 도척은 온갖 못된 짓을 하면서도 수천의 부하를 거느리고 부귀영화를 누렸다고 썼습니다. 이런 예를 들면서 사마천은 하늘의 도리는 과연 옳은 것인가 하고 문제 제기를 합니다. 이 점이 바로 현실에서의 실천이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보상 개념으로 연결되지 않는 유교의 비극적 세계관을 잘 드러낸 셈입니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공자 사상의 강점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이 결과적으로 내게 이로울 것인가 해로울 것인가를 따지지 말고, 오직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라는 것이 공자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옳다면, 비록 그 일을 하다 해를 입을지라도 꼭 해야 하는 것이 사람다움을 이루는 길입니다. 공자의 사상에는 행위에 대한 인과응보가 없습니다. 다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당위가 있을 뿐입니다. 그 당위는 사람이 마땅히 갖는 책임이나 사명 의식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고 그 당위를 따라간 많은 이들의 실천은 굽히지 않는 비판 정신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전통적으로 유학의 정통 맥을 사림파에 두었습니다. 그 까닭은 사림파가 앎과 실천을 일치시켜 간, 옳고 그름에 따라 행동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한말 의병 운동이나 항일 무장 투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은 현대식 화력으로 무장한 외세와 맞서 싸우면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의병을 처음 일으킬 때 이기느냐 지느냐는 생각하지 않았다”라는 의병장들의 글이 이러한 생각을 잘 보여 줍니다. 이처럼 보상을 바라지 않는 실천이 공자 사상의 알맹이입니다.


김교빈 / ‘동양철학 에세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