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이 애끓게 한 사랑
(....생략...)
내가 <사랑, 그 환상의 물매>(2004)에서
물매(기울기), 틈, 편차, 그리고 어긋남의 자가동력을 통해
사랑을 설명했듯이,
오히려 사랑은 마음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사건이나 둘 사이를 가르는 그 틈과 사이의 거리를 통해서 살피는 게 훨씬 현명한 짓이다.
(....생략...)
사랑은 마음의 문제라기보다는 가령 이별과 거리의 문제라고 보는 게 낫다.
유명한 속담은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
(out of sight, out of mind)’고 얘기하지,
‘마음을 졸이면 라면국물도 졸여진다’고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말고, 묵묵히, 길게 사안을 살펴보시라.
사랑의 역동성은 물론 그 원초적 가능성조차 틈과 사이,
그리고 어긋남과 이별에 기대고 있다.
그래서 부안의 시기(詩妓) 매창은,
대장부의 길을 운운하며 길을 떠나는 유희경에게
그날도 언제나처럼 이별의 시를 읊는 것이다.
하룻밤 봄바람에 비가 오더니
(東風一夜雨)
버들이랑 매화랑 봄을 다투네
(柳與梅爭春)
이 좋은 시절에 차마 못할 건
(對此最難堪)
잔 잡고 정든 임과 이별하는 일
(樽前惜別人)
김영민/철학자(2007.5.4 한겨레 책과 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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