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흡연과 유부남 만나는 일의 공통점

송담(松潭) 2007. 4. 27. 04:09
 

 

흡연과 유부남 만나는 일의 공통점


스톱! 스모킹’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한 모든 변명을 논리적으로 반박해서, 읽는 것만으로 담배를 끊게 해주는 책이지요. 이 책에서 담배에 중독되는 과정과 이유에 대해 이렇게 썼더군요.
대부분 심심해서 호기심으로 담배를 시작한답니다. 그런데 처음 피워보면 너무나 맛이 없어서 설마 이런 것에 내가 중독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경계를 늦춘답니다. 중독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 별 생각없이 담배를 계속 피우게 되는 것이지요. 가끔은 담배피우는 자신이 분위기 있어 보일 거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냄새나고 피부도 나빠지고 건강에 나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그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 경악하게 되지요. 담배 끊은 사람은 상대도 하지 말라는 농담이 있습니다. 상종해서는 안될만큼 독한 사람만 담배를 끊는다는 우회적인 표현이지요.
담배피우는 사람들은 모릅니다. 본인에게서 얼마나 역한 냄새가 나는지, 얼굴색은 얼마나 칙칙한지, 주변 사람들이 본인의 담배연기를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담배 끊고 나서 다들 말합니다. 담배연기가 이렇게 끔찍하고 냄새가 이렇게 지독한 건지 정말 몰랐다고.
10년째 담배끊고 있는 친구도 있습니다. 담배는 애초에 시작을 말아야합니다. 한 모금을 피워 무는 순간, 한많고 질긴 흡연가의 인생이 시작되는 겁니다.

유부남을 만나는 처녀분들이 메일을 많이 보냅니다.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본인이 유부남을 사귈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유부남 만나는 여자들 한심하게 생각했었고, 지금 만나고 있는 유부남을 좋아하게 될거라고 꿈도 꿔본적 없답니다.

그런데 다들 그 자리에 가 있습니다. 어떤 분은 개인적으로 유부남을 처음 만났던 날, 너무나 지루하고 짜증이 났답니다.
그래서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될 리가 없다고 자신해서 다음에 또 만났답니다. 그 남자가 관심 가져주고 잘해주는 건 달콤하고 본인은 그 유부남에게 빠질 걱정이 없었으니까요. 연애하는거 아니고 그냥 만나서 밥 한번 먹는, 그런 가벼운 일이니까요.

‘지금부터 시작∼!’하고 유부남과 연애한 사람 없습니다. 그냥 만나다보니까 그런 사이가 된겁니다. 자주보면 정들고 익숙해지는 게 사람관계지요. 담배처럼요.
그리고 다들 본인의 사랑은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담배연기가 그렇게 지독한건지,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가 그렇게 역한지 모르는 흡연가처럼요. 세상에서 가장 곤란한 사람은, 자신은 특별하고 세상을 통제할 수 있을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자신있어. 그런 구질구질한 자리에 가지 않을거야. 내가 유부남따위를 좋아할 리가 없잖아.” 세상은 아무도 자신할 수 없습니다.
유부남을 만나는건, 마약을 해도 나는 중독되지 않을 자신 있다고 자꾸 해보는것과 같습니다. 내가 마약에 중독되지 않을 자신이 있든 없든 하나도 안중요합니다. 마약은 해서는 안됩니다. 누구든지 중독됩니다. 누구든지 중독되니까 마약인겁니다.


유부남은 담배고 마약이고 전염병이고 바이러스 같은 존재입니다. 유부남은 다른 인종, 다른 행성의 사람입니다.
어떤 개인적인 대화도, 개인적인 만남도 개인적인 호기심도 애초에 가지면 안됩니다. 절대로요, 개인적으로 상종했다가는 내 인생 말아먹는 급행열차 타는 겁니다.

유부남 만나 망가진 분들을 너무 많이 본 사람이 간곡하게 드리는 글입니다.

유부남에 한맺힌 사람처럼 연재글을 시작해서 역시나 유부남에 한맺힌 사람처럼 글을 끝내게되는군요.


송강희 / 누드토크(2007.4.27 광주일보)

 

 

 

 

 

 

 

루비콘 강을 건넌 사람들


“다시 사랑이 하고 싶다.”

우리는 적당히 달궈진 대로변 휴게소의 파라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시 외곽에 있는 오리고기 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던 길에, 자판기 커피나 한잔 하자고 잠시 멈춘 길이었다.


바람에 벚꽃이라도 휘날리고 있었더라면, 비라도 촉촉이 내리고 있었더라면 친구의 말이 좀 더 실감나게 들렸을까? 그러나 볼품없는 국도변의 휴게소 마당에서 마늘냄새를 풀풀 풍기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뜬금없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거기다 한 친구는 식당에서 들고 나온 이쑤시개로 아직도 어금니 쪽을 파고 있던 중이었다.


“사람이 진지하게 말을 하면 대꾸라도 좀 해.”

“뭐라고 대꾸해? 능력 있으면 하든지.”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총각이라도 하나 생겼어?”

“오리고기 먹여 놨더니 힘이 뻗쳐서 저러는 거야.”

“어휴, 말하는 폼새들 하고는.


내가 하고 싶은 건 진짜 순수한 사랑이라구.”

친구가 뜬금없이 순수한 사랑을 인생의 화두(?)처럼 외친 것은 어젯밤에 시청한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드라마 속 남녀 주인공이 서로의 마음을 처음 확인하고 첫입맞춤을 나누는 장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더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친구는 키스가 아니라 입맞춤이라는 사실을 여러 번 강조했다.

“입술이 그저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라. 나한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더라구.”


“하긴, 다른 여자한테 눈 돌아가는 남편 때문에 온 몸이 부르르 떨리는 일은 있어도, 그렇게 살짝 닿은 입술 때문에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일은 도통 없지.”


대로변의 열기는 여전하고 입속 마늘냄새도 여전했지만, 우리는 차츰차츰 친구의 낭만적 분위기에 동화되어 갔다.

“사실은 나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 숙박업소 기웃거리는 연애 말고 손만 잡아도 가슴 떨리는 그런 연애를 해 보고 싶다고.”

“서로 눈만 쳐다보면서 밤새고 말이지.”

“그러다 첫 키스라도 하게 되면…, 정말 어떤 기분일까?”


그런데 점점 더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대화에 한 친구가 찬물을 끼얹었다.

“니들이 아무리 그렇게 다짐을 하고 또 해도, 분명 손잡고 키스하고 여관 가는 데까지 이틀 이상 안 걸릴 걸. 장담할 수 있어.”


왜 산통 다 깨냐는 듯 다들 그 친구를 흘겨 봤다.

“우리도 할 수 있어. 우리도 손만 잡고 긴긴 밤을 보낼 수 있다구.”

“웃기지들 좀 마. 니들은 벌써 루비콘 강을 건넜다구. 밤마다 그냥 자는 남편들 때문에 입이 댓발이나 나왔으면서 무슨.

산전수전 다 겪은 남녀가 손만 잡고 긴긴 밤을 보내는 건 드라마에나 나오는 거야.”


친구 말은 그렇게 눈꺼풀 파르르 떨려가며 어설픈 입맞춤을 한들 그것이 무어 큰 의미가 있냐는 것. 그런 관계도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오늘도 그냥 자냐고 옆구리 찔러대는 관계로 변할 텐데 말이다.


“그런 관계가 의미 있는 건, 그런 순수가 필요한 시기와 맞아떨어질 때의 일이야. 우리는 이미 그 시기를 지나왔잖아.

그걸 다시 반복해 봤자 그건 일종의 ‘쇼’나 다름없다구.

알면서 모르는 척 내숭 떠는 게 뭐가 순수냐?”


친구 말처럼 내숭이나 떨게 될지 아니면 정말 순수한 감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경험을 해 봐야 아는 일.


사실 그런 흉내를 낼 기회조차 없는 우리로서는 입 아프게 이러는 것도 시간낭비에 불과하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랑이 하고 싶다던 친구는 창밖을 바라보며 여배우처럼 멋지게 마지막 대사를 날려 주었다.

“아, 쇼라도 하고 싶다.”



박소현/연애 칼럼니스트

(2007.6.8 광주일보, 박소현의 섹시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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