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유부남의 비장하고도 유치한

송담(松潭) 2007. 4. 20. 13:16
 

 

유부남의 비장하고도 유치한 ‘멘트’ 몇 가지


유부남들이 즐겨 사용하는 어록 몇 구절이 있습니다. 모두 다들 똑같은 대사를 하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유치한 이 말들이 먹히는 것이 현실이더군요.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말이지만, 비장한 표정과 애절한 모습으로 멘트했을 때 나름대로 굉장한 감동을 주는 말들인 모양입니다. 유부남과 연애하는 분들이 한번쯤은 들어본 말들 몇 가지에 관한 단상입니다.


“유부남은 사람도 아니냐. 사람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다.”

유부남도 사람(?) 이어서,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는 얘기겠지요. 저사람 너무 얄미워서 죽이고 싶어요. 사람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죽일 수밖에요. 이 가방이 너무나 갖고 싶네요. 사람 마음을 어쩌겠어요. 훔쳐야지요. 성폭력범도 연쇄살인범도 자기 마음 어쩌지를 못해서 그런 일을 저질렀답니다. 유부남도 사람이고 그들도 다 사람입니다. 다들 사람이고, 사람마음 어쩔 수 없어서 한 짓이지요.


“결혼한거 한번도 후회한적 없었는데 너 알고 나서 후회했다.”

여기서 방점 찍고 형광펜으로 밑줄 쫙∼ 해야 하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한번도’ 후회한 적 없다는 그 유명한 ‘한번도’… 그 ‘한번도’ 안해본 생각을 하게 하는 운명의 상대인 바로 너! 유부남, 그들의 진부한 레파토리인 first, only 스토리는 인류 멸망의 그날까지 계속될 건가봅니다.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이 말에 분개하는 건, 아니 우울해지는 건 다른 이유에서입니다. 저런 말을 내뱉었을 때 져야할 책임, 꼭 따라다녀야 할 행동은 안할 것이라는 게 너무 명백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목숨 걸만큼 절실한 상황도 아닌데, 자신의 가족인 아내와 아이의 존재를 근원적으로 부정하고 모욕하는 저 말을 너무도 쉽게 한다는 것입니다.


“너랑 도망가고 싶다.”

초딩이 쓰는 하이틴로맨스 수준입니다. 혼자 조선시대에 살고 계시는 모양입니다. 마당쇠하고 마님이 만났습니까? 도망을 왜 갑니까? 복잡하게 도망까지 안 가셔도 됩니다. 아주 쉬운 방법이 있어요. 이혼하세요. 참 쉽지요? 여러 사람 괴롭히지 말고 쉽게 사세요.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요. 도망가고 싶다. 말만 하지마세요. 그렇게 도망가고 싶으면, 봇짐 싸들고 와서 얘기하세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디로 도망갈 건지, 도망가서 어떻게 살 건지를 논해보라구요.


“이렇게 간절히 사랑하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사랑으로 한 행동이면 어떤 불법도 부도덕도 다 용서가 되는건가요? 어떤 것도 합리화가 되나요?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면 아동 성폭행도 근친강간도 용서해야하나요?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면 말입니다. 아내 때리는 남자들도 사랑해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사랑해서 때린답니다. 성폭행도 사랑해서 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스토커들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이지요. 본인은 아무리 사랑이어도 남의 인생을 심각하게 망가뜨리는 짓이라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요. 그건 범죄입니다.

 

외도는 배우자와 자식에게 극심한 고통을 주는 행위이고 외도상대의 삶에도 상처를 남기는 행위입니다. 이런 게 범죄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범죄일까요?

유치하기 이를 데 없는 이런 레파토리가 아직도 먹히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먹힐 거라는 것이 너무나 가혹한 형벌처럼 느끼는 건, 제가 낭만 같은 건 약에 쓸려도 없는 메마른 인간형이어서일까요?


송강희 /누드토크(2007.4.20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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