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21

‘출가 스님’이 못하면 ‘재가 불자’가 나서야

‘출가 스님’이 못하면 ‘재가 불자’가 나서야 불교의 수계의식은 엄숙함을 넘어 장엄하다. 10계를 받는 사미·사미니의 수계든, 250계 비구계와 348계 비구니계를 받는 비구·비구니의 구족계 수계의례든 마찬가지다. 수계의식 때면 밤을 꼬박 새워 3000배를 한다.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세속의 질긴 인연을 끊고 스님으로 살아가려는 다짐의 결정체다. 연비의식도 치른다. 촛농을 물들인 삼베실의 불이 살갗을 태운다.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겠다는 발원의 상징이다. 부모도 속세도 등진 불제자가 초발심을 잊지 않게 연비는 팔뚝에 귀한 상처까지 남긴다. 아무나 스님이 되진 못한다. 인간의 본능마저 거스르는 ‘독한’ 이들이다. ‘우파니샤드’ 경구처럼 버림으로써 영원하고 청정한 진리를 얻는 이들..

종교 2018.08.25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우리는 왜 미신에 빠져드는가 이미지 출처 : 서울신문 빨간색 펜으로 이름 쓰기 빨간색으로 사람 이름을 쓰면 안 된다. 모두가 들어본 적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 사람이 죽는다, 혹은 그 사람의 엄마가 돌아가신다는. 물론 미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요. 그렇다면 여러분은 빨간색으로 이름을 써본 경험이 있습니까? 그래서 확인해본 적 있습니까? 저는 이 미신과 관련해서 인생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에 연구원으로 처음 유학을 갔을 때 얘기입니다. 첫날 대학교에 서류를 제출하는데, 행정 직원이 제 이름을 빨간색 펜으로 적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어어, 왜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세요? 검은색 펜을 줄까요?” 했더니 그분이 저를 황당한 표정으로 보면서 “빨간색으로 이름을 쓰면 안 되나요?”라고 묻는 거예요. 그래서 ..

종교 2018.08.09

순례자들

순례자들 티벳이 하나의 그리움으로 마음속에 뿌리내린 계기는 오체투지(五體投地)때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왜 그것을 읽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잡지의 뒷부분에 실린 흑백 사진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그 사진 속에는 광활한 티벳의 고원과 이를 배경으로 땅바닥에 엎드리거나 일어선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행색은 너무나 초라하고 지쳐 보였다. 하지만 흐릿한 모습이나마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무엇인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그것을 ‘숭고’나 ‘심원’, 혹은 ‘이해’ 등의 단어로 묘사할 수 있으나, 당시의 나는 그것을 단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그 복잡한 심정은 단어로 재단되지 않은 채 내 작은 마음 어딘가에 뿌리를 내렸다. 뿌..

종교 2018.01.22

예수님이 ‘돌려주라’ 하신 그것

예수님이 ‘돌려주라’ 하신 그것 젊은 시절 어머니는 종교를 여러 차례 바꾸었다. 내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세 번인가 네 번이다. 삶이 늘 군색하고 고된 어머니에게 종교는 늘 기복을 위한 것이었다. 세상의 많고 많은 신 가운데 어떤 신이 당신에게 궁극의 복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어서 어머니는 여러 종교를 찾아 헤맸다. 덕분에 나도 여러 형태의 종교를 조금씩 구경할 수 있었다. 너무 어릴 적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다가 무당이 뿌린 물벼락을 맞고 일어난 적도 있고, 파르스름한 스님들의 민머리와 하얗거나 검은 수녀님들의 미사포를 신기하게 바라보던 기억도 있다. 등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동네 작은 개척 교회 목사님은 우리가 이사를 하던 날 리어카를 끌고 나타났다. 작은 용달차를 불렀는데도 ..

종교 2017.08.16

불단에 올리는 육법공양의 의미

불단에 올리는 육법공양의 의미 부처님은 인도에서 말하는 성인의 형상으로 묘사되는데, 일반인이 보기에는 그냥 살이 찌고 건장한 체격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부처님이 하루에 한 끼만 드신 수행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런 묘사를 사실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예수님은 공양물을 받지 않고, 공자님은 1년에 두 번(탄신과 기일) 공양을 받으시는데, 부처님은 매일 공양을 받으시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불전에 올리는 여섯 가지 공양물 불전에 올리는 공양물의 종류는 여섯 가지다. 사찰의 중요 의식에는 육법공양(六法供養)이 빠지지 않는데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린다는 말이다. 여섯 가지 공양물은 향, 등(초), 꽃, 과일,차, 쌀(마지 또는 떡)이다. 이 중 과일을 제외한..

종교 2017.05.23

샤머니즘을 욕되게 하지 마라

샤머니즘을 욕되게 하지 마라 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온 나라가 때아닌 샤머니즘 열풍에 휩싸였다. 나라 밖 언론조차 한국이 샤머니즘에 빠졌다고 보도할 지경이다. 국정을 농단한 자들을 처벌하고 이를 방조 또는 주도한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과 별도로 이 기회에 샤머니즘에 대해 제대로 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지금 언론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샤머니즘이라는 단어는 하나같이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21세기에 샤머니즘이라니? 어이상실!” “우리가 그럼 무당X을 받들고 있었다는 거임?” 등이다. 여기서 샤먼은 인민을 혹세무민하는 사이비 무당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샤머니즘이 ‘나쁘고 사악한 것’이라고 사람들의 뇌리에 일방적으로 각인되는 게 문제이다. 결론부터 ..

종교 2016.11.09

티베트불교

티베트불교 불교는 한때 인도에서 빠른 속도로 전파되어갔지만, 9세기 이후부터는 힌두교에 밀리기 시작했고 11세기에는 이슬람의 침입과 함께 탄압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13세기 말이 되면서 불교는 인도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는 여러 분파로 나눠지며 티베트, 중국, 한국, 일본으로 전파되어갔다. 불교의 분파는 일반적으로 대승불교와 소승불교 그리고 금강승으로 구분된다. 그중 개인의 깊은 깨달음을 강조하는 소승불교는 동남아로 전파되었고, 대중들의 해탈을 고려하는 대승불교는 동북아시아로 전파되었다. 그리고 밀교적 형태를 가진 금강승은 티베트로 전파되었다. 티베트는 초기 불교의 모습과 부처의 가르침의 요체를 잘 보존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되고 있다. 티베트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은 ..

종교 2016.04.21

성철 탄생 100년

성철 탄생 100년 “스님! 집에 불 들어갑니다! 어서 나오십시오!” 1993년 11월10일 해인사에서 거행된 성철 스님의 다비식에는 30만여명이 몰렸다. 88고속도로 고령 IC부터 해인사 IC까지 10여㎞는 늘어선 차량들로 거대한 주차장이 됐다. 차들이 꼼짝 못하자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걸어서 다비장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성철 스님은 1981년 조계종 최고지도자인 종정에 추대된 후에도 ‘가야산 호랑이’로 불리며 산문 밖 출입을 하지 않았지만 ‘국민선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려는 ‘중생’들로 일대가 마비됐다. 어제는 성철 스님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단번에 깨우쳐 더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는 ‘돈오돈수(頓悟頓修)’를 주창한 대표적 선승이다. 조계종은 스님을 기리기 위해 올해부..

종교 2012.03.12

김수환 스테파노

심산 김창숙과 김수환 스테파노 명동의 기적. 김수환 추기경을 애도하는 인파가 4일간 4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새벽 6시부터 자정 무렵까지 강추위에 떨며 4∼5시간을 기다려야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잠깐 볼 수 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것을 ‘명동의 기적’이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추기경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자라면 장사를 해서 25세에 가정을 꾸리고 30세에는 어머니에게 인삼을 사드리겠다는 소박한 꿈을 지녔던 소년이 47세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추기경이 되어 그동안 걸어왔던 성직자로서의 큰 걸음이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을 것이다. 솔직한 고백에 깊은 감동 나 개인적으로는 추기경의 인간적인 풍모가 가슴에 와 닿았다. 추기경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했..

종교 2009.02.24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람, 원효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는 사람, 원효 세상에는 너무 커서 들리지 않는 것과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것이 있다. 지구는 자전하면서 소리를 낸다고 한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원효는 너무 커서 보이지 않는 인물이다. 보이더라도 부분만 보인다. 그가 그린 어느 한 부분만 보이고, 그가 한 말의 어느 한 부분만 들린다. 그래서 원효에 대해서는 가지가지 이야기가 난무한다. 일연은 원효의 생애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무엇에도 얽매지 않는 사람’이라고. 나는 원효를 현실주의 신앙의 구현자로 설정한다. 현실주의란 현실에 매달린다는 말이 아니다. 범박하게 풀어보자면, 현실의 첨예한 문제를 피해가지 않고, 사람의 생애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를 불교의 틀 속에서 이해하..

종교 2008.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