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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보는 법을 배우다

세상 보는 법을 배우다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정원 일에 몰두하고 있는 길벗을 찾아 먼 길을 다녀왔다. 화사한 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그의 정원은 정원사의 손길 덕분인지 정갈하고 가지런했다. 마거리트, 피튜니아, 으아리, 덩굴장미, 사계국화, 분홍낮달맞이, 삼색병꽃, 원평소국, 작약, 로벨리아, 알리움, 마삭줄, 자란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벌들은 잉잉대며 날다가 꽃가루에 몸을 묻은 채 열락을 즐기고 있었고, 제비나비는 자유롭게 비행하다가 꽃에 사뿐히 내려앉곤 했다. 꽃과 곤충은 둘이면서 하나였다. 정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의 돌담에서 문득 생명의 기척이 느껴져 바라보니 팬지 꽃 한 포기가 싱그럽게 피어 있었다. 정원사가 가꾼 것은 아니지만 팬지는 그렇게 ..

홍세화/'생각의 좌표'중에서

홍세화/'생각의 좌표'중에서   학습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지적 인종주의'라는 말로 학업 성적이 부진하다는 이유 때문에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것에 일침을 가했다. 우리는 피부 색깔을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듯이 두뇌를 선택할 수 없다. 두뇌의 용량과 기능은 사람마다 다른데 오로지 문제풀이와 암기 능력이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억압하는 인종주의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는 오로지 암기나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을 평가할 뿐 감수성이나 사람됨에 대해선 거의 무시한다. 우리는 어린 학생들에게 등급과 석차를 매기는 것을 당연시한다. 아직 미성년자들에게 거리낌없이 '너는 1등이다', '너는 35명 중에 35등이다' 라고..

명칼럼, 정의 2024.05.15

자연인간 김학영

자연인간 김학영  김학영 형(兄)은 82년 광주에서 처음 만나 42년의 세월이 흘렀고 동문은 아니지만 제가 1년차 후배이며 경주 김가(계림군파)에 같은 항렬입니다. 제 족보 이름은 ‘金學?’입니다. 형은 고시(高試)공부를 하면서부터 제가 오랫동안 지켜본 사람으로 혈기 왕성했던 학창시절엔 술 마시고 소란을 피워 파출소에 끌려갔던 추억이 있습니다. 소란을 피운 동기는 저희한테 있었지만 술집 주인이 과잉 처벌을 주장해서 큰일 날 뻔했던 사건이었는데 그때 파출소에서 형은 밤새로록 굴하지 않고 항변했습니다. 불의에 굴하지 않은 기질은 이미 그때부터였습니다.  형이 행정고시를 합격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행시를 준비하던 중 7급 공채로 재무부 이재국에 근무하면서 행시에 합격하였으나 3차(면접)에서 탈락한 불운..

신변잡기 2024.05.14

가슴 벅찬 성취(成就)와 기쁨의 인생

가슴 벅찬 성취(成就)와 기쁨의 인생  김창민! 희말리아 랑탕 트레킹 체르고빌 4,994m 정상에 오르다!(2024.5.4)  드디어 히말리아에 올랐습니다. 인간승리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만약 제가 할 수 있었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습니다.김창민팀장님 위대합니다. 멋집니다. 축하합니다.(2024.5.11)   나의 친구(선후배, 지인 등) 중에는 내 입장에서 보면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몇 분 있습니다. 그중 한 사람이 김창민팀장님(광주광역시 노사협력담당관실)입니다. 김창민팀장님은 제 주변에서 가장 시공간(時空間)을 잘 활용하는 사람으로서 지리산 종주를 무려 79번이나 했고 평상시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짜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하여 주변의 산을 오르는, 보기 드문 열정맨..

모란을 능가하기에 충분한 꽃, 작약

모란을 능가하기에 충분한 꽃, 작약  이웃집 토부다원 박윤규사장 사모님께서 정원 작약꽃밭에서 봉오리만 맺힌 작약을 한 아름 안고 왔습니다. "비가 많이 내린다는데 작약이 비를 맞으면 금방 시들어버리니 집안에 꽃꽂이를 해놓고 보면 더 오래 꽃을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항아리 꽃병에 봉오리만 맺혀있는 것이 차츰 잎이 열리더니 화려하게 꽃을 피워내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은 작약을 바라보며 ‘꽃중에 꽃’이라는 모란보다 더 예쁘다고 탄성했습니다. 센스있는 이웃 때문에 집안에서도 화창한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4.5.7)   제국대장공주와 작약 마당 한 귀퉁이에 붉은 작약이 피었다. 진분홍 꽃잎이 매력적이다. 작약과 모란은 사촌간이지만, 모란은 크고 화려한 색깔의 꽃을 자랑하는 나무이고, 작약은 상대적..

전원일기 2024.05.07

이기호 / ‘눈감지 마라’중에서

이 아버지를 보라 “네 아버지가 점점 개가 돼가는 거 같다.” 지난달 중순 무렵, 정용의 어머니는 전화를 걸어와 대뜸 그렇게 말했다. “왜요? 또 두 분이 다투셨어요?” 정용이 묻자, 어머니가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했다. “싸우긴 뭘, 말 상대가 돼야 싸우기라도 하지... 이건 뭘...그냥 개라니까, 개.” 원체 입이 건 어머니이긴 하지만, 사실 정용 또한 아버지를 볼 적마다 속으로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선인장이나 화초, 밑동이 단단한 나무처럼 좋은 것들 대신 자꾸 개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58년 개띠라서 그런가? 하지만 정용의 아버지는 여타 다른 아버지들처럼 인간과 개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상까지 술을 마시는 사람도 아니었다. 정용은 동네의 몇몇 그런 아버지들을 알고 있었다. 술만 마시면 '그..

인생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