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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ㆍ홍승완 /마음편지(을류문화사 출판)중에서

삶에는 새로운 페이지가 펼쳐져야 할 때가 있다 나는 융의 자서전을 수시로 꺼내 읽고 그가 정립한 분석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공부했다기보다는 그냥 거기에 빠졌습니다. 융의 자서전을 읽은 후 방문을 걸어 잠그다시피 하고 한 달 내내 그의 다른 저작과 분석 심리학에 관한 책을 열 권 넘게 연거푸 읽었습니다. 자는 시간 빼고는 책만 읽었던 것 같습니다. 1년 넘게 나의 독서 목록은 융과 분석 심리학 서적으로 채워졌으며, 이후에도 오랫동안 융의 심리유형론에 기반을 둔 MBTI를 공부하고 전문 자격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융의 사상은 난해하고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공부할수록 매혹되었고, 그와의 인연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돌아보면 융의 자서전은 내게 하나의 계시였습니다. 자연의 겨울이 ..

최근 읽은 책 2023.02.16

정여울 / '문학이 필요한 시간(한겨레출판)'중에서

사랑받지 못한 자의 더 커다란 사랑 바리데기 신화는 내 마음속에 항상 언젠가 꼭 닮고 싶은 이상형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여기가 끝인가 싶을 때마다, 난 이것밖에 안 되는 존재인가 싶을 때마다 남몰래 꺼내보는 이야기가 바리데기 신화다. 바리데기는 태어나자마자 버려졌다. 오구대왕의 일곱 번째 딸, 그러니까 공주로 태어났는데도 바리데기는 공주다운 삶은 누려보지 못했다. 미처 자기 존재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인 기회조차 없었다. '또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다. 그 이름 자체가 '버려진 존재', 즉 허섭스레기같은 존재라는 의미를 새기고 있으니,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버려진 것으로 모자라 자기를 버린 아버지의 병을 고치기 위해 머나먼 서천서역국으로 치유의 꽃과 물을 찾아 나선다. 서천서역국은 하데스처럼 한 번 ..

정희원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중에서

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는 끄떡없다. 뛰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적절한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추지 않고 몸이 가분수인(근골격계가 취약하고 체중이 과도한)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부하가 걸리면 관절이 손상된다. 하지만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올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예컨대 더 비싼 의자를 사서 오래 앉아 있거나 가까운 곳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고 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얻는다. 걸을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깨와..

인생 2023.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