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정희원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중에서

송담(松潭) 2023. 1. 24.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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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생각보다 더 많이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루 20킬로미터를 걷고 뛰는 정도까지는 끄떡없다. 뛰면 무릎 연골이 닳아서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적절한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추지 않고 몸이 가분수인(근골격계가 취약하고 체중이 과도한) 상태에서 견딜 수 없는 부하가 걸리면 관절이 손상된다. 하지만 근골격계 내재역량을 갖춘 상태에서 올바른 자세로 적절하게 달리면, 오히려 무릎 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강화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관절의 마모 속도를 늦출 수 있다.

편하려고 안간힘을 쓸수록, 예컨대 더 비싼 의자를 사서 오래 앉아 있거나 가까운 곳도 차량을 타고 이동하려고 할수록 미래에 더 많은 고통을 얻는다.

걸을 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깨와 등, 목이 구부정한 자세로 걸으면 근골격계 긴장을 유발해서 목과 허리 디스크에 과부하를 초래한다. 이는 하늘로 잘 자라는 나무 한쪽에 강력한 고무줄을 매달아 당기고 있는 형국이다. 정신적으로도 걷기가 제공하는 상쾌함을 스마트폰으로 분비된 인위적 도파민이 압도하는 느낌이다.

걸을 때 사용하는 넓적다리와 몸통 근육들이 포도당을 흡수할 통로를 열어주기 때문에 섭취한 음식이 근육을 만드는 데 쓰이고, 혈당 변동폭이 줄어들어 업무의 집중력을 높일 수도 있다.

< 2 >


사람마다 균형, 결핍 과잉의 정도와 영역이 다르며 운동도 이러한 다양성을 고려해서 설계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건강해지는 운동'이란 없다. 여러 요소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운동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은 생활체육지도사나 건강운동관리사에게 질환이나 손상 등의 문제가 동반된 경우에는 물리치료사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전 국민의 이동성 도메인의 내재역량을 개선하고 유지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를 방문해서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운동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많더라도 스스로는 불균형을 찾기가 어렵고 자신이 알아서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전문가의 도움이 있으면 그동안 귀찮고 하기 싫으며 잘되지 않아서 간과하던 요소들에 더 신경을 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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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노년기에 접어들면서 근육량이 감소하는데 근육량과 근력의 정도는 노후를 보내는 모습과 직결된다. 팔다리 근육량을 기준으로, 평생 한국 사람들이 가장 건강했을 때의 평균 근육량에서 남성은 약 15킬로그램, 여성은 약 10킬로그램 정도를 잃으면 여생을 누워서 살아야 한다고 본다. 이는 근육량 감소와 신체기능저하로 정의되는 근감소증이 지속되는 경우, 그렇지 않은 동년배에 비해 3~5년 내에 사망할 가능성과 요양시설에 입소할 가능성이 2~5배 증가하는 이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2018년 65세 이상 사망자 중 시도별 요양병원·요양원 평균 재원기간 현황>에 따르면 65세 이상인 사람 한 명이 사망 전 요양병원에서 평균 460일, 요양원에서 904일(둘을 합치면 평균 707일)을 기거한다. 이렇게 장기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되었을 때 삶의 질 감소를 차치하고 직접적인 경제적 부담을 연간 3,000만 원 정도라고 전제하자. 2년을 이렇게 소모하게 된다고 할 때, 근육량 1킬로그램 감소는 400~600만 원의 경제적 손실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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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많이, 자주, 열심히 해야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중강도 기준으로 2시간 30분 정도는 신체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5시간 이상 운동을 하면 더 좋다. 중강도란 땀이 나고 숨이 약간 찬 정도를 의미하는데, 요즘 유행하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 high intensity interval training. HIIT처럼 고강도 운동을 수행하면 중강도 운동을 하는데 쓰는 절반의 시간만으로도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강도 운동에는 느린 수영, 빠른 걷기, 복식 테니스, 땀 흘리는 요가 등이 있고, 고강도 운동에는 달리기, 빠른 수영, 단식 테니스, 시속 16킬로미터 이상의 자전거 타기, 줄넘기, HIIT 등이 있다. 통상적인 지침에 따르면 적어도 주 3회는 건강증진을 위해 운동해야 한다. 그리고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 이상 몸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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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할 때 왼쪽 그림처럼 앉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른쪽 그림처럼 궁둥뼈결절을 이용해 바르게 앉으면
척추가 불필요하게 긴장하지 않고 등뼈가 앞으로 구부러지지 않는다.


이 자세로 앉으려면 의자는 착좌면이 딱딱하고 평평한 것이 좋다. 딱딱한 의자의 장점은 똑같은 자세로 장시간 앉아 있기 어렵게 해준다는 것이다. 같은 자세로 오랫동안 앉아 있으면 대사적가속노화를 일으키고 근육은 불필요하게 긴장할 수 있다. 심지어 사람의 두뇌도 애초에 오랜 시간 앉아서 집중하는 것에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몸에 좋지 않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게 해주는 푹신하고 편안한 의자는 애초에 좋을 것이 없다. 프란체스코 시릴로 Francesco Cirillo 가 제안해 유명해진 포모도로 기법 PormodoroTechique(25분 일하고 5분 휴식하는 방법)을 적용해서, 25분 동안 앉아서 열심히 일한 후 짧은 휴식시간 동안 일어나서 몸을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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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없는 치매 예방약


고강도 운동을 할 능력을 젊어서 갖춰놓으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더 있다. 숨이 가쁘고 땀이 뻘뻘 나게 운동하면 미토콘드리아의 생성을 돕고 복부지방을 태우며 근육이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처리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 혈관이 탄성을 유지하며 뇌와 근육에서는 뇌세포의 회복을 촉진하고 노화속도를 늦추는 유익한 호르몬들을 만들어낸다. 중추신경계의 여러 회로도 불꽃처럼 켜지는데, 이는 그 자체로 부작용이 없는 항우울제이자 진통제로서 효과가 있다. 고강도 운동을 하는 동안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알림 같은 외부 자극에서 잠시 벗어나 몸의 감각과 호흡에 집중하면 그 자체로 마음챙김이 된다. 이러한 여러 효과를 반영하듯 일상에서도 격렬하게 운동하는 선수들은 기억력, 집중력을 포함해 전반적 인지기능이 훨씬 잘 보전되어 있다. 이런 증거들을 종합하면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은 부작용이 별로 없는 치매예방약을 평생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신체기능 자산을 쌓으려면 가능한 한 젊을 때 운동능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이상소견이 쌓여 여러 가지 만성질환이 발생하면 질환과 복용하는 약들 때문에 상당히 제한된 운동밖에 할 수 없다. 노후를 위해 정말 최소한으로 필요한 운동량은 적어도 한번에 30분 이상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주2회 이상 하는 것이다. 젊을 때 국민연금을 납입해서 노후를 대비하는 것처럼 이 정도는 해야 이동성 도메인의 기능을 저축해 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바빠서 운동을 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광고하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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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부족은 초강력 가속노화 인자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충분한 수면이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라고 밝혀졌다. 수면부족은 스트레스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며 심혈관계의 긴장도를 높여 심근경색 같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높이고 면역력도 떨어뜨린다. 특히 만성 수면부족은 광범위한 인지기능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는데, 수면시간을 줄이면 노년기에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만성 수면부족은 치매 발병을 10년쯤 앞당길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건강상의 해악을 예방하는 최소 일일 수면시간은 평균 7~7.5시간이다.

한국인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6.7시간에 불과하다. 2016년 OECD통계에서 제시된 회원국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 22분보다 현저히 짧고 단연 OECD 꼴찌다. 이러한 현실의 이면에는 굉장히 놀라운 사회문화적 믿음이 있다. 바로 (어리석게도) 잠을 덜 자는 사람이 더 근면하고 우수하다는 생각이다.

신체활동량을 늘리고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습관에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빨리 그리고 깊이 잘 수 있다. 이른 아침과 대낮에 외부 활동을 하면서 햇빛을 많이 쬐면, 낮에 덜 졸리고 밤중 적절한 시간에 자연산 수면제인 멜라토닌 melatonin 이 분비된다. 많이들 알고 있듯이 밤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어 잠에 들기 어려우므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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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노화 예방 식습관

 

영양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식사를 하면, 신기하게도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노화에 따른 인지기능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혀진 식습관을 따라가게 된다. 일명 '머리가 좋아지는 식단'이다. MIND식단(Mediterranean-DASH Diet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식단에서는 녹색 채소를 비롯한 모든 채소, 견과류, 산딸기류 열매(딸기, 블루베리 등), 올리브오일, 통곡물, 콩류, 가금류, 생선 등의 섭취를 특히 강조한다. 와인은 하루 한 잔까지만 마실 것을 권고하며, 당분이나 정제곡물, 패스트푸드, 붉은 고기, 버터나 마가린, 치즈는 절제한다.

 

한 연구에서 약 5년 동안 식단에 따른 인지기능 변화를 관찰했는데, MIND 식단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최악의 식습관을 유지한 사람들에 비해 무려 10년당 7.5년치의 뇌 노화지연 효과가 있었다. 남들은 10년 나이 드는 동안 2.5년만 노화했으니, 뇌 노화속도가 4분의 1로 느려진 셈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노화지연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MIND 식단은 한식으로도 그 요소를 대부분 구현할 수 있다. 콩과 채소 두부를 많이 먹고 올리브오일을 요리에 충분히 사용하며 소금과 설탕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잡곡과 현미를 충분히 섞어서 밥을 하면 금상첨화다. 안타깝게도 집 밖에서 만나는 음식들은 MIND 식단과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일상에서 바깥 음식을 주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하루 한 끼 정도는 앞서 언급한 올리브오일과 분리대두단백(또는 완두단백 등) 셰이크를 마시거나, 올리브오일을 듬뿍(정말 많이 넣어야 한다.) 뿌린 샐러드로 끼니를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가속노화 식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단순당과 정제곡물의 비중을 최대한 줄이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식사에서는 가급적 MIND 식단의 요소들로 영양소를 채워보자.

 

정희원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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