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

송담(松潭) 2018. 9. 27. 23:04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은 인류가 가장 많이 연주하고 듣는 음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해를 보내며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자리에서도 새해를 맞이하는 가슴 벅찬 시작에서도 사람들은 <합창> 교향곡을 듣는다.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슴에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듣기도 하고 행복과 기쁨으로 가득한 환희의 순간에도 교향곡 <합창>을 듣는다.

 

 베토벤 교향곡 제9<합창>은 음악사적으로나 작곡자 자신에게나 모두 아주 중요한 곡이다. 음악사적인 측면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려진 것처럼 음악의 흐름을 고전파에서 낭만파로 바꾸어놓았다는 것이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는 인간의 이성이 최고의 가치를 지녔던 시대이다. 이성을 중시하는 사조로 인해 유럽은 신중심 사회에서 인간중심 사회로 전환되었다. 더 이상 신의 이름으로 비이성적 논리와 권위를 주장할 수 없게 되었다. 이성의 힘으로 계몽되어진 민중에 의해 사회혁명들이 일어나게 되어 사회, 정치, 교육 등의 제도가 정비되어갔으며, 과학기술의 발달은 산업혁명을 초래하여 인류는 물질문명의 안락함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사회가 획일화 집단화되고 전쟁이 끊이지 않으면서 인간의 감성을 중시하는 낭만주의 예술사조가 대두되었다. 낭만주의는 객관보다는 주관을, 이성보다는 감정을 중시했으며 개성을 존중했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9<합창>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고전주의 전통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베토벤은 이 교향곡에 사람의 목소리를 도입하였으며, 통상적인 2, 3악장의 템포를 바꿔 2악장을 빠른 스케르초로 3악장을 느리고 가요적인 악장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피날레 악장도 전통적인 음악 형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로써 음악사의 흐름은 고전주의 진통의 틀을 벗어나기 시작하여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낭만주의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작곡자의 측면에서 볼 때도 이 곡은 너무나 중요한 곡이다. 이 곡은 베토벤이 완성해 낸 마지막 교향곡이자 오랜 세월에 걸쳐 작곡된 역작으로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작곡했으며 베토벤의 작품들은 물론 서양고전 음악 전체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 가운데 하나이고 환희와 인류애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 인류에게 희망을 주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베토벤의 가장 위대한 점은 바로 이 곡에서 자신이 이룬 모든 위대한 고전 음악의 성과를 스스로 부정하고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조를 열었다는 데 있다. 그는 고전음악의 최고봉을 이루는 작곡자임과 동시에 낭만음악의 시조인 것이다.

 

 이 곡을 연주함으로써 전쟁을 반대하는가 하면 전 유럽을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600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한 히틀러는 이 곡을 전쟁의 도구로 이용했다. 그는 베토벤과 바그너의 음악을 광적으로 좋아했고 그것을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할 줄도 알았다. 독일 국민에게 베토벤은 독일의 정신을 상징하는 음악가였으며, 그의 음악은 자유와 이상을 실현하는 민중의 음악이었다.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합창>1936년 베를린올림픽, 1937년과 1942년의 히틀러의 생일에 연주되었으며 히틀러 청년단이나 나치군, 히틀러 친위대를 위한 연주에 이 곡이 자주 울려퍼졌다. 심지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이 곡이 울려 퍼졌다. 나치 당원이었던 카라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레퍼토리에는 이 곡이 빠지지 않았고, 베토벤 교향곡 9<합창>의 최고의 지휘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푸르트벵글러 역시 나치 당원은 아니었지만 나치의 비호 속에 평온한 삶과 각광받는 마에스트로로서 삶을 보장받았다. 그러기에 모든 사람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사랑하면서도 폭력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I악장은 애매모호한 도입부와 명쾌한 주제를 사용하여 태초의 혼돈과 우주의 생성으로 시작해 어둡고 무시무시한 분위기로 끝난다. 2악장에서는 1악장의 비극적 분위기를 경쾌하고 열광적으로 바꿔버린다. 3악장의 아다지오는 순수 기악곡이지만 마치 성악곡과 같은 멜로디가 흐르며 천상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지막으로 4악장에서 <환희의 송가>를 통해 모든 인간은 하나가 된다. 베토벤은 합창 교향곡>의 자필악보 악보 중간에 "seid umschlungen, Millionen백만의 사람들이여, 서로 포옹하라라고 써 넣었다.

 

 

 이인화 / ‘O.S.T. 코드 : 클래식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