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
영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는 카렌이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 (Clarinet Concert A장조 K.622 2악장 Adagio)를 배경으로 데니스와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유일한 클라리넷 협주곡으로 1791년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작곡되었다. 이 곡을 쓰던 당시의 모차르트는 이미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다.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악장은 Allegro, 제2악장은 Adagio, 제3악장은 Rondo 이다.
이 곡은 과장이나 허세 없이 세련된 표현으로 작곡되었다. 특히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삽입된 2악장 아다지오는 간결한 악장이지만 현악기 반주와 함께 흐르는 클라리넷 선율이 깊은 음색과 넓은 음역을 자랑하는 클라리넷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발산한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모차르트의 작품 중 단 하나뿐인 클라리넷 협주곡, 모차르트가 죽기 두 달 전에 작곡한 백조의 노래와도 같은 이 아름답고 평온한 곡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운명의 사랑을 나누는 연인과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대자연 속에서 행복해하는 순간에 흐르면 관객들은 모차르트의 이미지가 덧입혀진 데니스의 죽음을 감지하고 그들의 사랑이 머지않아 끝날 것임을 예감하게 된다. 그래서 아름답고 행복한 영화의 장면에서 함께 행복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아련하게 되는 것이다.
데니스는 유럽인이지만 아프리카에서 살며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며 아프리카인처럼 사는 사람이다. 그는 카렌을 사랑한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제도에 메이고 싶지는 않다. 그는 흑인 아이들을 가르치려는 카렌에게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우리는 소유할 수 없어요. 단지 스쳐지나갈 뿐이지...”
라고 말한다. 또한 그는 아프리카인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마사이족들은 감옥에 가두어 두면 서서히 죽어가요. 그들은 갇혀있는 채로 살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그들에게는 오늘만 존재할 뿐이기 때문이에요.”
사랑은 소유가 아니며 아프리카 즉 데니스에게서 자유를 박탈한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는 말이다.
모차르트를 자신의 권위와 제도에 굴복시키고 싶었던 콜로라도 주교처럼, 그리고 아프리카를 소유하고 싶었던 유럽인들처럼 데니스를 소유하고 싶었고, 자유를 원하지만 안정된 생활을 위해 궁정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고 싶어했던 모차르트처럼, 미개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어 서구문명을 받아들인 아프리카처럼, 데니스는 사랑하는 카렌에게 결혼을 약속한다. 카렌에게 구속(결혼)을 허락하고 떠난 여행에서 데니스는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된다.
데니스가 죽자 카렌은 덴마크로 돌아온다. 그녀는 아프리카를 회상할 때마다 데니스를 함께 떠올린다, 그 기억 속에 데니스는 언제나 모차르트와 함께였다. 그녀는 데니스를 결코 소유할 수 없었다고 회고한다. 더불어 아프리카는 결코 소유하거나 길들일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깨닫는다. 잘츠부르크의 대주교 콜로레도가 결코 모차르트를 소유할 수 없었던 것처럼.
이인화 / ‘O.S.T. 코드 : 클래식’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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