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광장(匡章)은 불효자인가

송담(松潭) 2018. 5. 8. 05:24

 

광장(匡章)은 불효자인가

 

지교헌

 

 세상에는 효자도 많고 불효자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효도하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예사로운 형편이니 불효자가 훨씬 많을 것도 같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그렇지만 돌아가시고 나서는 더욱 불효하였던 일을 뉘우치게 되고 가슴아파하는 자식들이 많으니 말이다.

 

 한자(漢字)문화권에서는 고대사회로부터 ’()라는 글자를 사용하였고 효도에 관련되는 수많은 설화를 생성하여 전해오고 있으며 현대에 이르러서도 모든 자녀들은 나름대로 부모의 은혜를 보답하고 부모의 정신적 육체적 유산을 계승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효도의 형식은 여러 가지로 나타날 수 있어서 일률적으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맹자>> 이루 하편(孟子 離婁 下篇)에는 공도자(公都子)와 맹자의 대화에서 효와 불효의 개념이 제시되고 있다. 당시 제()나라 사람에 광장(匡章)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온 나라에서 불효자라고 비판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맹자는 그를 멀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가까이하고 교유하며 예우(禮遇)하므로 공도자는 그 까닭을 맹자에게 질문하게 되고 맹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세속(世俗)에는 이른 바 불효라는 것이 다섯 가지가 있습니다. 사지(四肢)를 게을리 하여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음이 그 첫째요, 장기[]와 바둑[]과 음주를 좋아하여 부모의 봉양을 돌보지 않음이 그 둘째요, 재물을 좋아하고 처자만을 대단하게 여겨 부모를 돌보지 않음이 그 셋째요, 보고 듣기에 사로잡혀 함부로 행동함으로써 부모를 욕되게 함이 그 넷째요, 용맹을 좋아하여 싸우고 사나워서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그 다섯째인데 광장이라는 사람이 그 어느 한 가지라도 불효를 범하였습니까? 그 사람은 부자간에 책선(責善; 선한 일을 하도록 권고하고 조름)하다가 그것이 서로 잘 맞지 않은 것입니다. 책선은 붕우(朋友)의 도리이니 부자(父子) 사이에 책선하는 것은 크게 은혜를 해치는 것입니다.” (孟子曰 世俗所謂不孝者五 惰其四肢不顧父母之養 一不孝也, 博奕好飮酒 不顧父母之養 二不孝也, 好貨財私妻子 不顧父母之養 三不孝也, 從耳目之欲 以爲父母戮 四不孝也, 好勇鬪狠 以危父母 五不孝也, 章子有一於是乎? 夫章子 子父責善而不相遇也. 責善 朋友之道也 父子責善 賊恩之大者.)

 

 요컨대 광장의 행위는 흔히 말하는 세속의 다섯 가지 불효의 범주에 비추어 볼 때 어느 한 가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그를 불효자로 보는 것은 부자간에 책선을 하다가 그것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은 까닭이라고 지적하였다. 그리고 광장은 책선으로 말미암아 아버지에게 죄를 지은 것 때문에 스스로 처자를 물리치고 종신토록 처자의 봉양을 받지 않았다는 말을 맹자는 덧붙였다.

 

 효도의 개념을 정의한다는 것은 결코 간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효도는 외면적으로 부모를 잘 봉양하는 것도 있고 내면적으로 부모를 잘 봉양하는 것도 있으며 양자가 모두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수도 있다. 이것은 물질적·육체적·외면적인 효도와 정신적·내면적·윤리적인 효도로 고찰할 수도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부모를 봉양하는 효도와 붕우 사이의 책선은 명백히 다르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맹자의 지론이다. 따라서 광장은 세속에서 말하는 불효자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책선에 실패한 자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런데 유가(儒家)의 경전에는 간쟁(諫爭, 諫諍)도 매우 중요한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천자(天子)나 제후(諸侯)나 대부(大夫)나 모두 쟁신(諍臣)이 필요한 것처럼 아버지에게는 쟁자(諍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적 지도자에게 쟁신이 있으면 유익한 것처럼 아버지에게도 쟁자가 있으면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당연한 논리이다. 따라서 쟁신과 쟁자들이 행하는 간쟁은 흔히 말하는 충성이나 효도와 같은 차원에서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효경>> 간쟁장 참조)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부모에 대한 쟁자의 직언(直言)은 효도의 개념에 포함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맹자는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직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선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효도의 개념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분명히 지적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는 광장을 멀리하지 않고 교유하며 심지어는 예우할 수 있는 자신의 행동을 변명하는 데 유효하였음을 알 수 있다.

 

 효도의 윤리는 고대사회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승되었다. 그러나 모든 이념과 전통이 그러한 것처럼 시대의 흐름과 사회의 변천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변천하기도 하고 새로운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였다. 영어권에서는 효도를 ‘filial piety’라고 부르며 부모에 대한 자녀의 애정과 공경을 인정하고 있지만 역사와 전통에 따라 차이를 나타내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인류학자(人類學者)들은 한국의 전통적 효도를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마땅히 계승되어야 할 윤리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효도의 개념에는 자녀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애정과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입신행도(立身行道)의 정신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효도는 내리사랑이다.’라는 말도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자손들에 대한 내리사랑이 곧 선조들에 대한 은혜의 보답인 동시에 선조들의 뜻을 받드는 것이라고 해석되기 때문일 것이다. 효도는 인류문화의 바람직한 윤리이며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전통은 아름다운 인류문화의 발전을 위하여 없어서는 아니 될 원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다. (2018.3.23)

 

 

'부부,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등성이  (0) 2018.05.21
부부간에 대화가 필요한 이유   (0) 2018.05.19
부모와 자식, 두 개의 세상  (0) 2018.01.17
부부 워크숍  (0) 2017.12.27
뒤늦은 후회  (0) 201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