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이별 앞에서 괜히 쿨한 척하지 말 것

송담(松潭) 2018. 5. 7. 12:34

 

이별 앞에서 괜히 쿨한 척하지 말 것

 

당당한 일러스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우리 헤어지자

 일방적인 이별 통보를 받고도 아무렇지 않있을까. 실연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고, 사랑받던 자신의 죽음이며, 둘이 창조한 세계의 죽음이다. 그래서 실연은 때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으로 다가온다. 자신만이 그의 유일한 사랑이라고 여기던 행복감이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고갈되고 무가치하고 무의미한 자신만이 남게 된다. 그러나 실연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고통은 아무에게도 보여 주지 않던 자신의 깊은 내면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었는데 그가 떠났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내면이 너무 초라하고 추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별이 고통스러워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은 스스로 매우 수치스러워할 행동을 하기도 한다. 상대방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고는 아무 말 없이 끊기도 하고, 상대방의 폐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몰래 들어가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하는지 확인하려 들고, 울며불며 매달리기도 한다. 때로는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견디다 못해 "내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따지기도 한다. 그러다 서서히 상대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이것은 애도의 과정이다. 분노하고 슬퍼하다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을 가슴에 묻고 떠나보내는 것이다. 애도는 이별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거치는 통과 의례로 그것을 잘 끝내야지만 우리는 비로소 그 사람 없이 혼자서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다시 살아갈 힘을 내게 된다. 비록 사랑은 과거의 일이 되었지만 그 사랑이 현재의 나를 있게 했음을, 그리고 그 사랑을 통해 내가 더욱 성장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정신분석 전문의의 입장에서 보자면 실연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가운데 미련한 모습을 보이거나 수치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사랑한 만큼 아파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별 앞에서 쿨한 척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무엇보다 상대의 이별통보 앞에서 ''하지 못한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그래서 이별한 바로 다음 날에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평소대로 생활하거나 일부러 밝은 척 지내고 보란 듯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게 이별을 서둘러 덮어 버림으로써 애도를 하지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과거에 묶여 있게 된다. 애도는 떠난 그 사람과 나를 묶어 놓고 있던 끈을 푸는 작업이고, 헤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상대를 떠나보내는 일인데 떠나보내지 못함으로써 과거에 머무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사랑을 아예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오기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더라도 헤어진 사람과의 기억 때문에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자꾸 헤어진 사람과 비교하며 더 나은 사람을 선택했다는 말을 들음으로써 상처 입은 자존심을 만회하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예전 사랑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다. 애써 괜찮은 척하며 이별을 서둘러 덮어 버리는 것이 오히려 다음 사랑을 그르치는 장애물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별 앞에서 괜히 쿨한 척하려 애쓰지 마라. 일방적인 이별 앞에서 슬퍼하고 아파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걸 안하고 넘어가면 상처가 아물지 않아 다음 사랑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별은 한 사람과의 관계가 끝난 것인지 인생 전체가 끝났다는 뜻이 아니다. 여전히 당신은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소중한 사람이다. 그가 당신을 떠났다고 해서 당신의 존재 가치가 흔들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누구도 당신의 존재 가치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혜남 / ‘당신과 나 사이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