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멋진 오늘

송담(松潭) 2018. 2. 6. 12:51

 

멋진 오늘

 

  

 

 

 

 

 

 

 

 

 

 

 

 "세상 그 누구도 부모를 선택하거나 자기가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나진 않는다. 우리가 선택하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오늘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그것뿐이다.드라마 대사 중 한 대목입니다.

 

 종아리 근육 떨림으로 시작된 동네 병원 순례는 대학병원에서 진단 결과를 듣고서야 파킨슨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740대에 맞은 뜻밖의 불청객으로 인해 제 인생에 갑자기 겨울이 왔습니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났지만, 당시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이던 두 아이의 엄마였기에 맘 편히 울 수도 없었습니다.

 

 반드시 이겨내리라 맘먹고 절망과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운동하며 병을 극복하려고 몸부림쳤음에도 불구하고 몸은 서서히 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결국엔 정들었던 학교를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병은 내몸의 주인은 나인데 몸이 주인 명령을 따르지 않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병입니다. 증세는 사람마다 다른데 저는 몸이 꼬이는 차원을 넘어 뒤틀림과 강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발가락이 안으로 구부러져 들어가 발을 옆으로 세워 걷거나 무릎으로 기어야 했습니다. 어깨와 목덜미가 붙는 증세까지 생기면서 통증은 점점 심해졌습니다. 너무 아파 남편한테 우리 애들 잘 부탁한다는 유언 아닌 유언을 하다 엉엉 울었습니다.

 

 ‘아프지 않은 오늘을 선물로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라도 그런 날이 주어진다면, 그런 기적의 날이 주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텔레비전도 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으련만... 무엇보다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하단 말을 전할텐데..’

이런 멋진 오늘이 하루라도 허락되기를 소망하며 내일이 없는 아픈 오늘만 살았습니다.

 

 정말 간절히 원해서였을까요. 그 소망이 수술 덕분에 이루어졌습니다. 미안하고 고마워 어쩔줄 모르는 나에게 가족이니까"로 답하며 살아갈 힘을 주던 남편과 아들, 그리고 형제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와 용기를 주던 벗과 날 사랑하는 사람들, 이 수호천사들 덕분에 내 인생의 명량해전에서 절망과 싸워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수술이 주는 또 다른 고통이 있지만 통증과 강직이 사라져 제가 꿈꾸던 멋진 오늘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축복의 말로 즐거운 하루를 열고 차를 마시며 아주 편안하고 여유롭게 텔레비전을 시청합니다.

 

 그러곤 오전 수업이라 생각하며 걷기를 합니다. 한적한 시골마을길, 나물꽃들이 피고 지는 걸 보며 따스한 햇살이 가득한 길을 걷습니다. 길옆에 있는 교회 앞을 지날 땐 마음속에서 저절로 인사가 나옵니다. '하나님,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이보다 멋진 길과 멋진 오늘이 또 있을까요? 고통스럽던 오늘이 이렇게 소중하고 귀한 멋진 오늘로 변한 것입니다. 파킨슨병과 함께 무너졌다고 생각되던 나의 삶, 아직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과 동행해야 하지만 그 삶을 어떻게 사는지는 제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늘 자신에게 주어진 몫의 활시위를 당겨야 하는 건가봅니다. 돌아보면 건강했던 날은 꿈 많고 해야 할 사명이 많아 무턱대고 활시위를 당겼습니다. 저는 멋진 오늘이란 과녁 앞에 서 있습니다. 이제는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감사와 사랑과 축복의 활시위를 당기려 합니다. 내 삶에서 주어진 몫의 활을 다 쏠 때까지 멋진 오늘을 모으면 멋진 삶이 되겠지요.

 

임정숙 / 충남 예산군 예산읍 벚꽃로

 

공무원 연금 2018. 2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