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치유

당신의 ‘말’은 당신을 닮았다

송담(松潭) 2018. 1. 20. 05:54

 

당신의 은 당신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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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포톨리아 

 

 

 “진심으로 충고할게, 너 그렇게 살지 마.”

 “내가 문제라는 것은 알고 있어.”

 "아무리 힘들어도 정신만 차리면 다 이겨낼 수 있는 거야."

 “그야 머리로는 알고 있지. "

 "아니! 넌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너까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나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야.”

 

 어렵게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친구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면 어떨까. 가만히 따져보면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상한다. 괜히 말을 꺼냈다는 생각만 든다. 저런 식의 대화패턴이 몇 번 더 반복되면 아마 저 친구에게는 두 번 다시 고민을 꺼내놓지 않게 될 것이다.

 

 아무리 너를 위한 말'이라고 번지르르하게 포장해도 알맹이는 네가 문제다’, ‘네가 나약하다는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 고민을 듣고 싶은 마음보다 이 기회를 통해 가르치고 충고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평소 강압적이고 비난하는 식의 말을 즐겨 사용하는 상사라면 종종 다음과 같은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일을 이렇게밖에 못하나?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됐고! 자네가 해봤어?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렇지만...”

 “앞으로는 그냥 시키는 일만 잘해."

 “...”

 

 이런 말하기를 즐겨 하는 사람들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고집스러워진다. 일방통행하는 말 습관 때문에 사람들이 피한다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점점 고립된다. 이런 식의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비난하기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욱 드러난다. 특히 부부 관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당신과 결혼한 내가 미쳤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당신이 가족을 위해 하는 게 뭐 있어? 기껏 직장 다니는 거?"

 “내가 놀아? 처자식 먹여 살린다고 애쓰는 거 안 보여?"

 “그 노력은 당신만 해? 누구나 당연히 하는 거지!”

 “됐어, 그만하자 그만해!"

 

 갈등에 처했을 때 상대방의 결점과 한계를 찾아내고 당장 자신의 감정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취약점과 죄책감을 귀신같이 건드리기 때문에 말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욱더 나빠진다. 그리고 이런 식의 말 습관은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된다.

 

 “공부를 열심히 했어봐라. 도대체 누굴 닮아 그러니.”

 “공부 얘기 좀 그만해!"

 “나 위해서 그러니?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지!"

 “엄마는 공부 잘하는 것만 중요해? 난 아무것도 아니냐고!"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나중에 크면... "

 “, 몰라 됐어, 엄마랑은 대화가 안 돼!"

 

 편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말의 경계는 무너지기 쉽다. 감정과 말을 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못 느끼기 때문에 여과 없이 말을 던지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생긴 말의 상처야말로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다. 정작 그 말을 내뱉었던 사람은 금세 잊어버리고 돌아서지만 그 말을 들었던 사람은 시간이 흘러서도 잊지 못한다. 그 한마디가 그의 인생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 그래서 어릴 때 부모님의 날카롭고 무심한 말에 아파했던 사람일수록 오히려 자신의 아이에게 그 패턴을 반복할 확률이 높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이런 사람들 중 한 명인가?

 

 말 때문에 관계가 어그러지고 자존감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어디서부터 바꿔나가야 할지 몰랐다면, 일단 당신이 평소 쓰고 있는 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김윤나 / ‘말그릇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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