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타인을 도우면서도 성공하는 사람들

송담(松潭) 2018. 2. 13. 12:00

 

타인을 도우면서도 성공하는 사람들

 

 친구들을 보며 미순 씨는 늘 궁금했다. “저렇게 남들을 다 챙기면서 언제 자기 공부를 하겠다는 걸까? 시간이 아깝지도 않은가? 내가 너무 이기적인 걸까?”

 

 대학을 가고, 취직을 해도 그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자기 일도 아니면서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남의 업무를 도와주는 사람들. 남의 경조사가 마치 자기 일인 양 나서서 돕는 사람들을 보면서 궁금증과 함께 알 수 없는 죄책감이 들었다. 계속 이렇게 살자니 너무 이기적인 것 같고 그들처럼 살자니 이용만 당하다가 실패자가 될 것 같았다. 차라리 전자가 되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으로 그럭저럭 살아왔지만 언제부턴가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지 회의감이 밀려왔다.

 

 타인을 돕는 행동, 소위 착하게 사는 건 어디까지가 적당한 건지, 내 이익만큼 타인의 이익을 위하며 사는 게 세상을 아름답게 할 것이라는 믿음은 너무 순진한 생각인지 궁금했던 적 있는가? 미순 씨처럼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조언보다 너무 착하면 안 된다는 조언을 더 많이 듣고 자라 어느 것이 맞는지 헷갈리는 독자라면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찾아줄 애덤 그랜트Adam Grant 의 강연을 소개하고 싶다. 애덤 그랜트는 세계 3대 경영대학원인 와튼 스쿨에서 최연소 종신 교수로 임명된 조직 심리학자이고 그의 저서인 <기브 앤 테이크 give and take><오리지널스Originals>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다.

 

 

 사람들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테이커Taker’, ‘기버Giver’, ‘매처Matcher’ 중 한 가지 양식을 선택하여 행동한다.

 테이커는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사람. (19%)

 기버는 자신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25%)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사람. (59%)

 

 각 직종에서 가장 성과가 안 좋은 사람들은 대부분 기버였지만, 놀랍게도 최고의 성과를 내는 사람도 기버였다. 성공하는 기버의 행동 양식은 성과가 안 좋은 기버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성공하는 기버들은 스스로 탈진하지 않도록 보호했고, 남을 돕는 만큼 자신의 이익을 추구했으며, 상대를 보면서 베풀었다. 사람을 이렇게 세 부류로 나누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기버라고 다 같은 기버가 아니라는 사실이 이 강연의 핵심이었다. 게다가 성공의 꼭대기에 있는 사람도 기버라니!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놀라운 발견이 아닌가.

 

 자신이 이익만 챙기는 테이커이거나 남에게 베풀기만 해서 손해보고 있는 기버라고 생각된다면 더욱 눈을 크게 뜨고 아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혹시 자신이 테이커라고 생각되는가? 그렇다면 명심하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만 집중하는 테이커들은 어느 조직에서나 빠르게 성공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만큼 빠르게 무너진다는 사실을. 왜냐하면 기브 앤 테이크를 실천하는 매처들에게 결국 발목이 잡히기 때문이다.

 

 애덤 그랜트의 연구에 따르면 매처들은 무려 56%로 가장 많았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직성이 풀리는 매처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서슴지 않고 다가가 필요한 것만 쏙쏙 가져가는 얄미운 테이커들을 결코 그냥 두고보지 않는다. 인과응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과반수가 매처인 세상에서 테이커들은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고 정의는 그렇게 실현되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테이커인지, 기버인지 구분하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누가 기버이고 테이커인가?

 

 보통 우리는 상냥하고 친절하면 기버이고, 차갑고 무뚝뚝하면 테이커라고 생각한다. 애덤 그랜트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데이터를 모아본 결과, 그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겉으로 드러난 상냥함과 무뚝뚝함으로 기버와 테이커를 구분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테이커라고 다 같은 테이커가 아니고 기버라고 다 같은 기버가 아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기버와 테이커는 위의 그림처럼 다시 네 가지 타입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는 상냥한 기버와 무뚝뚝한 테이커는 빨리 구분되지만, 무뚝뚝한 기버와 상냥한 테이커는 그렇지 않다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순간 직장의 한 동료가 떠올랐다. 할 말을 직설적이고 거칠게 하는 편이라 친해지기 쉽지 않았지만 막상 지나고 보니 그 동료만큼 조직전체를 생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딱 보기엔 테이커 같았지만 실은 무뚝뚝한 기버였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을 테이커로 오해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치명적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냥한 테이커를 못 알아보는 것은 치명적이다. 일명 척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앞에 서는 친절한 척하지만 뒤에서는 뒤통수를 치는 사람들. 애덤 그랜트는 우리가 상냥한 테이커를 가려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상냥한 테이커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그들이 종업원이나 택시 운전사를 대하는 태도를 보라고 조언한다. 상냥한 테이커는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에게는 아첨하고 아래 서열에 있는 사람들을 하대하는 것에 능숙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 성향으로 살고 있는가? 앞으로는 또 어떻게 살고 싶은가? 아마 어느 순간에는 기버로, 어느 순간에는 테이커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타고난 기버인지 아닌지, 지금 얼마나 많은 선의를 베풀고 있는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공에 대한 잘못된 믿음이다. 착한 사람을 짓밟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성공의 꼭대기에 오른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믿음이 테이커를 더욱 당당한 테이커로 만들기 때문이다. 성과가 낮은 상냥한 기버들과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테이커를 보며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공의 기준을 남을 돕는 것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

 

 애덤 그랜트의 연구가 희망적인 이유는 이 믿음이 잘못되었음을 명확하게 밝혀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제로섬 싸움의 현실에서 타인에게 기여하는 것이 여전히 의미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나 역시 가장 의미 있는 성공이란 어떻게든 타인을 돕는 형태로 나타남을 믿는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자신과 타인의 이익 앞에서 이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베푸는 기버가 진정한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더 많은 성공한 기버들이 생겨난다면 성공을 정의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고 결국 이것이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신디 / ‘강연 읽는 시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