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잘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앤더스 에릭슨Anders Ericsson 박사에 따르면 최고 수준의 전문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분야를 막론하고 적어도 1만 시간은 이런 의도적 연습을 해야 한다. 그의 이러한 주장은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의 저서 <아웃라이어 outliers>에서 '1만 시간의 법칙'으로 대중화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아마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1만 시간이라니. 김빠지지 않는가? 1만 시간은 공휴일이나 주말 없이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8시간 동안 노력한다고 했을 때 3년 반, 가끔 휴식을 취하면 5년 정도가 소요되는 매우 긴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대체 어디 있느냔 말이다. 의도된 연습은 중요하다. 그러나 1만 시간은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퇴 후라면 모를까. 그렇다면 앞으로 무언가를 전혀 배울 수 없고 실력을 향상할 수도 없다는 말일까?
물론 아니다. ‘1만 시간의 법칙’이 대중화 되면서 생긴 오해는 그것이 어떤 기술이나 지식을 잘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라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앤더스 에릭슨 박사가 이야기하는 '1만시간의 법칙'은 고도의 기술을 갖춘 전문가가 되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그가 연구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세계적인 음악가, 금메달 리스트, 체스 그랜드 마스터 등 각 분야의 최고 실력을 보유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이렇게 높은 기술을 보유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1만 시간 동안 열성적이고 헌신적으로 연습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모두 김연이나 박지성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영어 실력과 좋아하는 노래 몇 곡을 자신 있게 칠 정도의 기타 실력을 원하는 것이라면 ‘1만 시간의 법칙'은 분명 훌륭하지만 우리가 모두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 원하는 것이 새로운 것을 익혀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실질 적인 이익을 주고,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내고 스스로를 즐겁게 하는 정도라면 1만 시간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적당히 잘하려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그렇다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실력을 향상하기에 적당한 시간은 얼마일까? 독일의 실험심리학 분야 선구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inghaus가 1885년 최초로 개념화해 지금껏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학습곡선 Learning Curve'을 보면 초창기에는 연습량에 따라 실력이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연습량이 증가할수록 점차 학습의 속도가 느려진다.
이를 뒤집어 다시 생각하면 새로운 지석이나 기술을 어느 정도 잘하게 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학습 곡선이 평평해지기 전까지 즉 급격하게 실력이 향상하는 초기의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실력을 향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A와 B 사이의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것일까?
비즈니스 코치이자, <처음 20시간의 법칙>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조시 카우프만Josh Kaufma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와B 사이에 걸리는 시간은 바로 20시간이다. 이 시간이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익히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단, 20시간이라니! 1만 시간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게 짧은 시간이 아닌가. 매일 한 달 동안 45분만 연습하면 된다. 어떤가.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물론 이것으로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기본적인 사항을 배우고 어느 정도 잘하게 되기엔 충분하다. 물론 이 20시간도 얼마나 제대로 쓰는지가 중요하다.
신디 / ‘강연 읽는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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