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기만 할까?
스트레스가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만든다니? 대체 무슨 말이지. 그것은 우리의 호르몬과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하면 보통 코르티솔cortisol이나 아드레날린adrenaline을 떠올린다. 그러나 켈리 맥고니걸은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옥시토신oxytocin을 소개하며, 이것 덕분에 스트레스가 우리를 사회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누군가를 껴안을 때 방출된다고 해서 ‘포옹 호르몬’이라는 깜찍한 별명으로 더 잘 알려진 옥시토신을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포옹할 때 방출되는 것은 옥시토신이 하는 많은 일 중 극히 일부다.
옥시토신은 신경 호르몬으로 우리 뇌의 사회적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을 미세하게 조정해 타인과 신체 접촉을 하고 싶게 만들고, 공감능력을 강화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기꺼이 돕고 지지하게 만든다. 그런데 바로 이 옥시토신이 스트레스를 받아도 나온다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리는 어떻게 하는가? 혼자 끙끙 앓는 대신 누군가에게 힘든 상황을 털어놓으려 하고 내 말을 들어주고 위로해줄 누군가를 찾게 되지 않는가. 하다못해 익명 게시판에 하소연이라도 해야 마음이 좀 풀린다.
왜 그럴까? 바로 옥시토신 덕분이다. 아드레날린이 사람의 심상을 뛰게 하는 것처럼 우리의 뇌하수체는 스트레스 반응의 일부로 옥시토신을 분비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타인을 찾는다. 결국 옥시토신이 인간을 사회적인 동물로 만드는 메커니즘인 것이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래도 극심한 스트레스는 당연히 건강에 안 좋기만 할 걸?’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심각한 트라우마 수준의 스트레스라고 해서 반드시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얼마든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이 스트레스 경험 이후 훨씬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더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러한 결과가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스트레스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무엇일까? 스트레스의 역설을 이해했으니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장착해보자.
스트레스는 당신의 생각대로 반응한다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장착하는 일은 현재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스트레스의 과학을 연구 중인 심리학자인 엘리아 크럼의 연구를 보면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는 ‘행복하게 살려면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돼'라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찍 죽을거야’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러한 스트레스에 대한 믿음을 '스트레스 마인드셋'이라고 한다.
'스트레스가 나를 악화시킨다'라는 마인드셋이 있는가 하면 ‘스트레스가 나를 강화시킨다’라는 마인드셋도 있는데, 후자가 건강과 행복에 훨씬 더 긍정 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켈리 맥고니걸는 이제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스트레스 연구들은 최신의 이론이므로 스트레스가 스스로를 강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인드셋은 바꿀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 켈리 맥고니걸과 엘리아 크럼 등의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인드셋을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심장이 쿵쿵 뛰는 것은 우리 몸이 어려움에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고 호흡이 빨리지는 것은 뇌에 산소를 더욱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보통 심장이 뛰거나 호흡이 빨라지고 땀이 나는 등의 스트레스 반응을 불안이나 압박과 같은 부정적인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하버드 대학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 반응을 위와 같이 자신의 몸에 이로운 것이라 배운 참가자들은 실제로 똑같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자신감이 높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았으며 스트레스로 인한 혈관수축 증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치 사랑에 빠져 두근거리거나 기쁨의 순간처럼 몸이 반응한 것이다.
이제 스트레스를 좋은 것으로 볼지 나쁜 것으로 볼지는 온전히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불필요하게 스트레스를 찾아다니라는 말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우리의 동반자와도 같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스트레스의 역설을 이해하고 스트레스 마인드셋이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임을 아는 것이 스트레스와 더 나은 관계를 만드는 길이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은 어떨까?
"스트레스가 많지만 성장 가능성이 많은 직업과 스트레스가 없고 성장 가능성이 적은 직업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것에 대한 켈리 맥고니걸의 대답은 인상적이다.
“확실한 건 불편을 피하려고 하는 것보다 의미를 좇는 것이 더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에요. 우리의 인생에서 최선을 다해 의미를 창조하라는 뜻이죠. 그리고 그것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세요.”
멋지지 않은가. 우리는 여태껏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을까만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녀의 강연은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장착해 스트레스가 주는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다.
당신은 어떤가? 오늘도 역시 스트레스에 치인 하루였다며 불평하고 있지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보자. 스트레스를 무찔러야 할 적이 아닌 평생 함께할 친구라고 여기는 것이다. 행복한 삶은 스트레스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 스트레스는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믿자.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우리가 무언가를 신경 쓰는 순간이다. 신경 쓰는 것이 없다면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다. 성장하고 싶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열망이 있기에 스트레스도 받는 것이다.
오늘도 스트레스가 많았는가? 그렇다면 그만큼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살았다는 뜻이 아닐까? 그만큼 삶에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기억하자. 스트레스가 없는 삶이란 행복한 유토피아가 아닌 아무런 목표도, 의미도, 성장도 없는 삶이란 사실을 말이다.
신디 / ‘강연 읽는 시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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