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무지개다리

송담(松潭) 2016. 12. 19. 11:38

 

 

무지개다리

 

 

 

사랑하는 우리 사랑이 무지개 다리 건넜습니다

 

 

 

 옆집 부부가 슬피 운다. 듣자 하니 강아지가 하늘로 떠나 화장(火葬)하고 오는 길이라고 한다. 몽골에선 개가 죽으면 꼬리를 자르고 땅에 묻는다. 다음 생애에는 인간으로 태어나라는 거다. 다만 강아지로선 사람으로 환생하는 게 복일까. 재앙일까.

 아, 나는 잘 모르겠다.

 

 반려 견이나 반려 묘를 기르는 사람들은 동물이 삶을 마감하면 그냥 죽었다고 하지 않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표현한다. 무지개는 <용비어천가> 등에서 므지게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물()의 옛말인 과 문()을 뜻하는 지게가 합쳐진 단어다. 말 그대로 물로 만들어진 문이다.

 

 설화나 동화에선 무지개를 천궁(天弓)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늘에 걸린 둥근 모양의 활이라는 뜻인데, 대개는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가교를 상징한다.

 

 무지개에 얽힌 작자 미상의 짧은 글을 각색하여 소개해 본다.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무지개다리로 불리는 아치형 다리가 있다. 삶을 마감한 개는 푸른 초원이 펼쳐진 그곳에서 모든 걱정을 내려놓는다. 늙은 개는 젊어지고 아픈 개는 건강을 되찾는다.

 하지만 천국에 입주한 녀석들도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소중한 사람을 이승에 남겨둔 채 이곳에 먼저 와버렸다는 것.

 

 그렇게 그리움만 쌓여가던 어느 날, 한 마리 개가 동작을 멈추고 반대편을 응시한다. 코를 벌렁거리며 익숙한 냄새를 알아차린다. 녀석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무리에서 벗어나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한다. 날아갈 듯 발걸음이 빨라진다. 개가 향하는 곳에 누군가가 서 있다. 바로 당신이다.

 

 마침내 당신과 개는 재회한다. 개는 꼬리를 흔들며 당신의 얼굴을 핥는다. 당신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개의 눈을 들여다본다. 오롯이 당신만을 신뢰하는 눈동자.

 

 어느새 당신과 개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다. 당신이 개를 얼싸안고 무지개다리를 건너며 말한다.

오랫동안 네 눈동자를 보지 못했지만 난 한 순간도 널 잊은 적이 없단다. 이제 두 번 다시 헤어지지 말자꾸나.”

 

 

이기주/ ‘언어의 온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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