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詩, 글

어찌 세상을 눈부시게 살까

송담(松潭) 2009. 12. 8. 11:11

 

어찌 세상을 눈부시게 살까

 

 

 어느 날 나의 삶을 펼쳐보다가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다. 행복을 결과물로만 찾으려하니 행복은 언제나 한 발자국 앞서서 걸어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행복을 과정물로 삼아보기로 했다. 순간순간의 행복이 연결되면 행복의 연속선이 이어져서 삶 자체가 항상 행복하지 않을까 해서다.

 

 회교 신비가인 파리드가 델리의 아크바르왕을 찾아갔다.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는 왕을 발견하고 파리드가 물었다. "왕께선 무슨 기도를 하셨소?" 왕이 말했다. "나에게 성공과 부, 그리고 장수를 달라고 기도했소." 그 말을 듣고 파리드는 궁을 나서며 말했다. "나는 왕을 만나러 왔는데 그 또한 한 사람의 거지에 불과하구나!"

 

 위의 예처럼 나는 99퍼센트의 행복한 상태에 있으면서도 1퍼센트의 완전함을 메우려고 늘 99%를 만족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돌이켜볼수록 놓쳐버린 행복이 아까워죽겠다.

 

 "돈은 다시 모으면 돼요." 지난 연말에 텔레비전 프로를 보는데 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구세군 냄비에 돼지저금통을 통째로 넣는 장면이 잡혔다. 아나운서가 급한 걸음으로 아이를 쫓아가더니 마이크를 내밀었다. "우리 어린이, 방금 돼지를 통째로 넣었는데 아깝지 않아요?" 모두들 아이의 입을 주시한다. 그 조그만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까, 아깝다는 말이 나올까봐 걱정도 된다. 초조, 걱정, 초조, 걱정……. 둘러선 사람들 중에서 침삼키는 소리도 들렸다.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대답한다. "돈은 다시 모으면 돼요" 그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자기 자신의 선행을 두텁게 화장할 필요가 없는 어린 영혼의 대답이었다.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전깃불이 들어온듯 온몸이 밝아지고 행복해 졌다.

 

 참된 선행을 보는 것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진정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게 되고 함께 기쁨을 느끼게 되는가 보다. 그 아이를 보면서 물질과 명예만을 쫓다보면 죽는 날까지 행복할 수 없음을 알게 됐다. 머리로야 진즉에 인정했지만 가슴의 그득한 욕심은 도저히 버려지지 않는 물귀신이었다. 마치 콩쥐의 밑 빠진 독처럼.

 

 이제 마음속에 차오르는 청빈낙도(淸貧樂道)의 생활을 그려본다. 가난하면 맑아지고 마음이 맑으니 삶 자체가 즐거워지는 것 말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는데 그래서 도를 닦는 분들의 얼굴이 그리 맑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지금부터는 내가 가진 99%만을 보려고 한다. 사랑하는 가족과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 행복하고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물질이 있어 즐겁고, 그리운 것들을 회상할 수 있는 기억이 아직 남아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뿌듯하고, 발이 있어 아무 곳이나 걸어갈 수 있으니 자유롭다. 손이 있어 선한 행위들을 할 수 있으니 가슴 벅차다. 그런 것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상태인 줄 깨달았으니 인생이 빛나는 보석처럼 눈부시다. 무엇보다도 작은 걱정거리가 있어 절대자께 기도드리며 겸손해질 수 있으니 또한 행복하다. 그리고 저 산 너머 보이지 않는 골짜기에 아스라이 떠있는 무지개를 사모하는 희망이 있어 더욱 행복하다.

 

 어느 90대의 어르신께서 건강이 여의치 않아 당신이 타시던 자전거를 더 이상 탈 수 없게 됐다. 자전거는 창고에 처박힌 채 오 년 동안 방치된 상태다. 하루는 예순의 아들이 아버지께 여쭙는다. "아버지, 이제 자전거를 고물상에나 주어버릴까요?" 어르신 대답이 "아서라, 다리에 힘 생기면 다시 탈란다"

 

 구십 어르신은 아직 생에의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신 것이다. 누가 노욕이라고 손가락질 할 것인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불평만 하는 한적한 인생도 뒤적여보면 날마다 기적이고 복권당첨인 것이다. 그 수많은 사고를 피해온 오늘의 나, 오늘 건강하다면 오늘 만세이다. 피조물은 내일 무슨 일이 닥칠지 절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단언해보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얼마나 행복한가. 행복하므로 마음껏 웃어본다. 웃음은 행복으로 가는 직항로요, 인생의 축복이다. 웃음은 내장을 흔들어 혈액순환을 촉진해 유산소운동과 같은 효과를 낸다. 웃어서 행복하고 행복해서 웃으면 건강이 덤으로 따라온다. 이 어찌 황홀하고 눈부신 세상이 아닐까.

 

김종 / 시인ㆍ화가

(2009.12.8 전남일보)

 

'아름다운 詩,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린 왕자   (0) 2009.12.25
웃음자리별  (0) 2009.12.21
無名의 아름다움  (0) 2009.12.03
수용소 생활과 굶주림   (0) 2009.12.01
생명권(biosphere)  (0) 2009.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