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대장부는 의를

송담(松潭) 2009. 12. 1. 15:07

 

대장부는 의를 위하여 생을 버린다

 

 

 보수가 이념이 아니라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맹자는 정말 멋진 보수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다. 흔이들 보수가 물질적 이릭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누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맹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 나는 측정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를 느낀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고 의(義)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둘 모두를 가질 수 없다면 나는 삶을 버리고 의를 취할 것이다. 삶도 내가 원하는 것이지만 삶보다 더 절실히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에 구차하게 삶을 얻으려 하지 않으며, 죽음도 내가 싫어하는 것이지만 죽음보다 더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란을 피할 수 있어도 피하지 않는 것이다. (....) 오직 현자(賢者)만 이런 마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사람마다 가지고 있지만 현자는 이를 잃지 않았을 뿐이다. - 「고자 상」

 

내가 남을 사랑해도 남이 나를 가까이하지 않으면 인자한 마음(仁)이 넉넉했는지 되돌아보고, 내가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지식과 지혜(智)가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것이며, 예로 사람을 대해도 나에게 답례를 하지 않으면 공경하는 마음(敬)이 충분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어떤 일을 하고도 성과를 얻지 못하면 자기 자신에게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바르다면 온 천하 사람이 다 내게로 귀의할 것이다. - 「이루 상」

 

 맹자는 항성(恒星)이다. 다른 별의 빛을 받아야 자기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행성(行星)이나 위성(衛星)과 달리 항성은 스스로 빛을 낸다. 진짜 별이다. 별은 그 심장에서 원자핵을 융합해 만든 빛으로 행성과 위성을 비춘다. 그러나 별은 머물러 있지 않는다. 팽창하는 코스모스의 그 어떤 별도 제자리를 지키거나 예전에 있었던 곳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맹자는 문명의 코스모스가 끝없이 자기를 확장해간다는 것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는 카오스에 빠진 코스모스를 구원하려고 몸부림쳤다. 시대의 변화를 거슬러 가려 한 보수주의자였던 것이다. 그러나 맹자는 내면의 힘으로 빛을 내는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의 보수주의자는 불편하지만,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호연지기를 나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맹자는 , 좌절마저도 아름다웠던, 진정한 보수주의자였다. 대장부였다. 나는 그것을 알고 나서야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천하라는 넓은 집인 인(仁)을 거처로 삼고, 천하의 바른 자리인 예(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인 의(義)를 실천하여, 뜻을 얻었을 때는 백성과 함께 그 길을 가고, 그렇지 못하면 홀로 그 길을 간다. 부귀도 나를 흔들 수 없고, 빈천(貧賤)도 나를 바꿀 수 없으며, 위세와 무력도 나를 꺾을 수 없어야, 비로소 대장부(大丈夫)라고 하는 것이다. -「등문공 하」

 

유시민 / ‘청춘의 독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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