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욕 안에도 하느님 있다
- 욕망 승화시킨 ‘베네딕도’이야기 -
‘사랑의 불길에 마음을 태워 없애 버리고 싶을 만큼,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억이 불타올랐다.’
이처럼 열광적인 사랑을 느낀 이는 어떤 로맨스의 주인공일까. 그는 바로 2천년 가톨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자의 한명으로 꼽히는 베네딕도(480~?)였다.
독일의 영성수도자이자 저명한 저술가가 쓴 〈안셀름 그륀의 베네딕도 이야기〉(분도출판사)는 철저히 금욕적인 면모만을 부각했던 일반적인 성인 전기와는 다르다. 위대한 성인들도 우리와 똑같은 욕망 속에서 미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베네딕도는 성욕과 단절하지 않았다. 영적 여정 중에도 성욕은 명백히 표출되었다. 그는 그때 성욕을 직시하고 영성의 원천으로 변화시켰다. 이 책에 베네딕도가 성욕을 다루는 과정은 성욕을 깨달음으로 가는 에너지로 활용하는 티베트 불교나 성욕이 일어날 때마다 ‘이 욕망을 일어나게 하는 놈이 무엇인고?’라며 의심하게 한 화두 선사들의 방식과도 닮아 있다.
저자는 “성욕은 불과 같다”고 했다. 이 불 없이는 생명력과 힘도 없고, 신적 사랑의 불길도 타오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성욕의 불길을 영성으로 변화시키고, 하느님 안으로 몰입하려는 갈망으로 변화시키는 데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했다.
베네딕도가 성욕과 공격성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었다. 깨어서 자신만을 주의 깊게 지켜보게 되었을 때, 성욕과 공격성을 남에게 투사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자신 속에서 그것들을 보았다. 그러자 삶의 두 에너지는 변화되었고, 영적 여정에 큰 도움이 되었다. 베네딕도는 성욕 같은 우리의 욕구에도 하느님이 현존하신다고 말한다. 따라서 그분 앞에서 그런 걸 감추면 안 된다고 한다. 정염을 억제하고 성욕을 억압하라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성욕을 억압하면 내면이 경직되고, 삶을 방해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하느님께 다 맡기고 하느님을 지향하라는 것이다.
베네딕도는 내면에서 아니마(여성성)와 아니무스(남성성)를 통합했다. 저자는 “아니마 없는 남성 안의 아니무스는 원칙주의자가 되기 쉽고 규칙에만 집착할 위험이 있고, 그를 마비시킬 수도 있는데, 베네딕도는 둘을 내면에서 통합시킴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만나고, 이 마음이 하느님을 받아들임으로써 더욱 인간적이고 인자하고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정하돈 안나마리아 수녀 옮김.
조연현 기자 / 2007.8.7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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