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수컷은 ‘페로몬’ 내뿜고, 암컷은 ‘궁합’ 보고

송담(松潭) 2007. 6. 4. 13:58
 

 

수컷은 ‘페로몬’ 내뿜고, 암컷은 ‘궁합’ 보고


 동물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몸짓이나 소리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암수 간 만남에 있어서는 냄새물질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냄새신호에 이끌려 사랑을 속삭이고, 때로는 천적이 있는지 경계하는 것도 소홀히 한 채 마법에 걸린 듯 황홀경에 빠져들기도 한다.

페로몬(Pheromone)으로 불리는 이 냄새물질은 분비선에서 나와 피부를 통해 방출되는데, 특히 성적인 행동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쓰인다. 이 마법과 같은 냄새가 수컷의 몸에서 발산되면 암컷은 상대 수컷이 누구냐를 따지는 절차를 거쳐서 그 수컷을 받아들일지 말지 선택을 한다.


 최근 쥐 같은 설치류를 상대로 한 실험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됐다. 상대 수컷이 근친(近親)일 때는 암컷이 짝짓는 것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동물과 인간이 짝을 선택할 때 ‘주요 조직 적합성 복합체’(MHC)로 불리는 유전자 집합이 관여한다고 파악하고 있다. 즉, 암컷 쥐가 수컷의 냄새를 맡은 뒤 자신의 짝으로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MHC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암컷 쥐는 수컷이 풍기는 냄새를 통해 그 수컷의 몸이 ‘자신의 것’과 유사한지, 아니면 ‘외부의 다른 것’인지를 판단하는데, 자신과 비슷한 MHC 유전자를 가졌을 경우 짝짓기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떨까? 이 MHC 유전자는 사람에게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스위스 베른 대학의 베데킨트(C. Wedekind)는 남녀가 이 MHC를 서로 맞춰봄으로써 더 좋은 배우자를 고를 수 있는 혜택을 얻을지 모르며, 실제로 동물처럼 냄새를 이용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짝을 찾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베데킨트는 남녀 대학생 지원자를 모아 이른바 ‘냄새 나는 티셔츠’ 실험을 했다. 남성 44명에게 이틀 밤 동안 면 티셔츠를 입도록 한 뒤, 이 기간에 강하게 풍기는 다른 냄새는 되도록 피하게 했다. 그런 다음 각 남성의 혈액을 채취해 MHC를 조사했다. 한편으로는 여성 49명의 혈액을 채취해 MHC를 분석한 뒤 이 여성들에게 자신의 MHC와 비슷한 남성들과, 그렇지 않은 남성들이 입었던 티셔츠를 각각 건네준 뒤 호감도를 조사했다. 티셔츠 냄새를 맡은 여성들은 한결같이 MHC가 더 차이 나는 남성들의 냄새에 더 큰 성적 호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의 냄새는 아마도 ‘생물학적 궁합’이 아닐까?

남녀간 사주(四柱)를 따져 궁합을 맞추기보다 앞으로는

이 MHC 유전자 검사로 짝을 선택하면 어떨까 싶다.


박시룡 / 한국교원대 교수

(2007.6.4 조선일보)

 

 

 

 

 

▲수컷 북극곰이 암컷의 목을 애무하듯 부드럽게 물고 있다. 암컷은 수컷이 분비한 페로몬의 정체를 파악한 뒤 수컷을 배우자로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한다.

/출처 www.frederking-thaler.de

 

 


 

 

암컷은 왜 듬직한 수컷을 원하나?



`어스름한 골목을 혼자 지나가는 여성. 이때 동네 불량배들이 나타나 괴롭힌다 잘생기고 덩치가 좋은 청년이 홀연히 나타나 불량배들을 늘씬하게 두들겨 패주고 여자를 구한다 .

여성은 자신을 구해준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남녀 주인공의 사랑 공식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자신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는 수컷과 암컷이 사랑에 빠진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동물의 암컷들은 자식들에게 좋은 유전자를 물려줄 가능성이 큰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기적 유전자`를 쓴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진화학자들은 수컷 동물들의 몸집이 크고 화려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러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김태원 박사(33)와 최재천 석좌교수(53)팀은 파나마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의 존 크리스티 박사와 함께 갯벌에 사는 농게 행동을 연구해 기존 학설과 전혀 다른 학설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암컷들은 화려한 장식과 큰 몸집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수 있는 수컷들과 짝짓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온라인 과학저널인 `공공과학도서관(PLoS)` 5월호에 게재됐다.


김 박사는 농게 천적인 새들이 많은 상황을 만든 뒤 농게 암컷들이 굴 입구에 모래성을 쌓은 수컷과 쌓지 않은 수컷 가운데 어떤 쪽을 선호하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암컷들은 굴 입구에 모래성을 쌓아 새들이 많이 모여들지 않는 수컷들의 집으로 훨씬 많이 찾아들었다.

새가 많아져 잡아먹힐 위험이 커질수록 모래성을 쌓은 수컷을 선택하는 횟수가 증가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새들이 많지 않아 위험도가 낮은 상황에서는 암컷 10마리 중 7마리가 모래성을 쌓은 수컷을 찾아갔지만 새들이 많아지면서 위험도가 높아지자 모래성을 가진 수컷을 찾아가는 암컷은 10마리 중 9마리나 됐다.


김 박사는 "암컷이 `안전`이라는 실질적 이득을 주는 구조물을 만들었는지를 바탕으로 수컷을 선택한다는 사실은 근본적으로 새로운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하 기자 / 2007.6.5 매일경제

 

 

 

 

 

 

 

 

 

 

좋은 유전자 가진 수컷 ‘NO'

날 보호할 수 있는 수컷 ‘Yes.  

 

 

 

“바람 피운 것, 다 애들 위해서였어...”



미국 케이블방송을 보면 남녀의 불륜 현장을 고발하는

‘치터스(Cheaters·바람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아프리카 초원에서 프로그램 이름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동물 치타(cheetah)의 숨겨진 불륜이 드러나 화제가 되고 있다.


왜 동물은 배우자를 배신하는 것일까.


한 배 새끼의 아버지가 셋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1만 마리도 채 남지 않은 치타가 멸종위기와 싸우며 살고 있다. 지난 9년 동안 영국 런던동물학회의 다다 고틀리(Gottelli) 박사는 치타 보존을 위해 176마리의 배설물을 수집해 DNA 분석을 실시했다.


치타 같은 대형 고양잇과 동물은 암컷이 우두머리 격의 수컷 한 마리하고만 교미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DNA 분석결과 암컷이 낳은 한 배 새끼 중 절반 가까이가 아버지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고틀리 박사는 “새끼들이 어려서 죽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비율은 그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영국왕립학회보 B’ 최신호에서 밝혔다


치타 암컷이 한 배에 여러 수컷의 새끼를 밸 수 있는 것은 교미를 할 때마다 새로운 난자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각각의 난자는 서로 다른 수컷의 정자와 수정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여러 마리의 수컷과 동시에 교미를 하면 질병에 걸릴 위험도 높고, 교미 시간이 늘어나 적의 공격을 받기도 쉽다. 그런데도 왜 치타 암컷은 불륜을 선택했을까.


종(種) 다양성 확보 위한 전략


연구팀은 멸종위기에 처한 치타로선 자신의 생존보다는 종의 다양성을 확보해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더 중요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시에 수컷들이 자기 자식이 아니라고 새끼를 죽이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고틀리 박사는 “사자나 표범과 달리 치타 세계에서는 수컷이 새끼를 죽이는 일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한 마리가 아니므로 누가 제 자식인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자연에서는 치타가 정상이다. 미 코넬대의 스티븐 엠렌(Emlen) 박사팀이 1998년 ‘네이처’지에 발표한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포유류와 조류의 90%가 배우자를 속이고 있었다.


금실의 상징인 원앙도 예외는 아니다. 수컷은 기회만 닿으면 다른 암컷을 탐한다. 알락딱새는 암수가 다 그렇다.

10m 이내에서는 다른 새에게 눈길도 주지 않다가

2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맞바람을 피우기 일쑤다.



바람기 잡는 유전자


물론 일부일처(一夫一妻)제를 유지하는 동물도 많다. 과학자들은 새끼의 성장이 더뎌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인 종에서 일부일처제가 유래한 것으로 설명한다. 인간 역시 태어나 제 힘으로 살 수 있을 때까지 어떤 동물보다 오랜 기간이 걸린다.


하지만 겉과 속은 다르다. 미 조지아대의 패트리샤 고워티(Gowarty) 박사에 따르면 일부일처제 동물 180종 중 불과 10%만이 유전적으로도 진실에 부합했다.


새끼 양육에 헌신적인 것으로 유명한 푸른 울새도 15~20%의 새끼가 아버지가 달랐다. 원숭이 중에선 긴팔원숭이와 비단털원숭이만이 일부일처제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기를 잡을 방법은 없을까. 2004년 미 에모리대 래리 영(Young) 박사 연구팀은 유전자 하나를 바꿔 바람둥이를 순둥이 남편으로 바꾼 흥미로운 실험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목초지 들쥐(meadow vole) 수컷은 교미가 끝나자마자 다른 암컷을 찾아 떠난다.

반면 친척뻘인 대초원 들쥐(prairie vole)는 암컷이 내는 ‘바소프레신’이란 호르몬에 반응해 새끼 양육에 헌신한다. 연구팀은 대초원 들쥐에서 바소프레신 반응 유전자를 찾아내 목초지 들쥐 수컷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목초지 들쥐 수컷은 순둥이 남편으로 변했다.


어쩌면 사람의 바람기를 잡을 유전자 치료제가 나올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환 기자 / 2007.6.5 조선일보




 

 

여자에게 남자는 n분의 1


남자가 양다리 걸치면 속상할 것 같다고요? 천만의 말씀!

남자에 대한 취향이 비슷한 여자들이 한 남자를 공유하는 거죠.”


생애 첫 소설인 장편 ‘걸 프렌즈’로 민음사가 제정한 ‘오늘의 작가상’ 2007년도 수상자가 된 신예 소설가 이홍(29)씨는 남녀간의 사랑을 ‘운명’이나 ‘조건’이 아닌 ‘영화와 기성복을 고르는 취향’의 문제로 가볍게 그린다. 자칭 ‘여성의 도시적 연애론’을 펼친 그녀의 소설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1대 1 사랑에 코웃음 친다. “멋진 남자를 보면 유명 메이커가 만든 기성복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크고 맑은 눈으로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작가는 “내 눈에 보기 좋은 남자는 다른 여자들 눈에도 좋게 비치는 거,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물아홉 처녀 한송이. 직장 동료와의 회식 후 술김에 입을 맞춘 그녀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발끝처럼 혀를 놀리는 키스 실력에 반해 그를 찍는다. 모텔비가 아까워 주로 차 안에서 사랑을 나누는 그녀는 남자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우연히 보고 그가 다른 여자와도 사귀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남자는 ‘양 다리 걸치기’를 넘어 세 여자를 한꺼번에 사귀는 이른바 ‘태풍남’이다. 작가는 ‘태풍남(녀)’은 바람의 세기가 태풍과 같다는 뜻으로 요즘 쓰이고 있는 유행어라고 설명했다.


‘바람 피우는 애인의 연인 앞에서 흥분하지 않고 쿨(cool)함을 유지한다’는 설정은 이미 낯익다. 그러나 세 여자가 그녀들의 애인을 기성복 취급한다든가, ‘걸 프렌즈’라는 회사를 차려 동업까지 하는 것은 한 발 더 나아간, ‘새로운 여성관계의 형성’이다. 작가는 “요즘 여자들에게 남자는 n분의 1이고, 직장인 사회인으로서의 삶이 남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설은 21세기 서울을 사는 젊은 여성들의 도시적 감성과 생활방식을 보여주는 동시대적 아이콘(icon)들을 실명으로 열거한다. 세 여자는 선물용품 전문점인 코즈니에서 물건을 고르고, 파스쿠치에서 커피를 즐긴다. 연적(戀敵)인 진을 대하는 송이의 자세도 애인의 여자에 대한 질투가 아니라 진이 소유한 은빛 렉서스에 대한 부러움이다. 사랑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괄약근 운동을 하지만, 가족 얘기나 남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싸이월드에 올려서 유대를 형성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요즘 스타일의 연애로 그려진다.


이홍의 소설은 지난해 발표된 박현욱의 장편 ‘아내가 결혼했다’의 여성용 버전으로 읽힌다. ‘여자의 애인들’을 설정한 박현욱 소설과 정확히 대척점에 서서 ‘남자의 다수 애인’들을 내세웠다. 두 소설이 모두 “애인의 연인들을 인정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점에서 ‘독점의 연애’와 결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남의 행복도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자아실현이 더 중요하다거나 상처 받기 싫다는 현실적 선택의 결과라는 점에서 ‘자기애’문학으로 읽힐 수 있다.


문학평론가 김미현 교수(이화여대 국문과)는 이홍의 소설이 “여성의 정체성을 이야기하거나 자아실현을 주장하면서도 페미니즘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다”는 분석으로 ‘자기애 문학’ 경향이 두드러지는 현상을 주목했다.


김태훈 기자 / 2007.6.4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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