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칼럼, 정의 24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선생의 타계와 ‘연대의 가치’

‘시대의 스승’ 신영복 선생의 타계와 ‘연대의 가치’ 스물일곱 청년이 감옥에 갇혔다. 20년 20일 만에 세상으로 나왔다. 쉰을 바라보는 중년이었다. 분노와 회한으로 가득 찰 법했지만 아니었다. 낮은 어조로 인간의 가치를, 공감과 공존을 이야기했다. 모진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인간성의 고귀함을 증명했다. 은 혁명적 언어가 아니었으나, 많은 이들의 내면에 조용한 혁명을 일으켰다. 누군가는 위로를, 누군가는 깨달음을, 또 다른 누군가는 삶의 나침반을 얻었다. ‘무기수 신영복’은 시대의 스승이 되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타계했다. 고인은 탁월한 통찰을 보여준 지성이자, 앎과 삶이 일치한 지식인이자, 절제와 품격을 갖춘 ‘어른’이었다. 빈소가 차려진 성공회대에 수많은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는 까..

명칼럼, 정의 2016.01.18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 신새벽 뒷골목에 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 오직 한가닥 있어 타는 가슴 속 목마름의 기억이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민주주의여 아직 동 트지 않는 뒷골목의 어딘가 발자욱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 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 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 네 이름의 눈부심 위에 살아오는 삶의 아픔 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떨리는 치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다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이..

명칼럼, 정의 2016.01.09

호남의 恨

호남의 恨 역사의 고장 호남은 저항과 충절의 땅이다. 호남인들은 사회적 모순에 온몸으로 저항했고 시대정신을 선도했으며 무엇보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민족의 젖줄 호남 땅은 역설적이게도 저주의 땅이 되었고, 그래서 한이 짙게 서린 고장이 되었다. 진취적인 기상으로 아시아의 바다를 누비며 동양의 로마를 꿈꾸던 백제가 거친 대륙을 호령하던 고구려와 함께 외세와 야합한 폐쇄주의적인 신라에 멸망당한 것은 민족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집단 자폐증에 걸린 그 후손들이 쉼 없이 벌인 호남에 대한 부당한 저주와 핍박은 호남인들에게 저항정신을 심어주었고, 그 저항정신은 대국적인 의(義)로 승화되어 호남을 충의의 땅, 역사의 고장으로 만들었다. 부당한 저주에 호남인들은 한이 맺혔고, 그 한을 삼키며 ..

명칼럼, 정의 2013.02.21

정치, 하지마라

정치, 하지마라 ‘정치, 하지마라.’ 이 말은 제가 요즈음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하는 말입니다. 농담이 아니라 진담으로 하는 말입니다.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하여 잃어야 하는 것이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정치를 하는 목적이 권세나 명성을 좇아서 하는 것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성공을 위하여 쏟아야 하는 노력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생각하면 권세와 명성은 실속이 없고 그나마 너무 짧습니다.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 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이라면,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가 이룬 결과가 생각보다 보잘 것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열심히 싸우고, 허물고, 쌓아 올리면서 긴 세월을 달려왔지만, 그 흔적은 희미하고, 또렷하게 남..

명칼럼, 정의 2009.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