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3 2

돈의 맛

돈의 맛 아무리 안전하게 가둬 놓는다 해도결국 사회가 해체한다. 십몇 년 전쯤이었던가. 명동의 사채업자를 알게 되어 몇 번 식사할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채업도 전문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학력과 자격증은 필요 없었지만 나름대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었다. 그 전문성은 돈을 회수하는 능력이었다. 빌려준 돈이 회수가 안 되면 망한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을 판단하는 지인지감이 발달해 있었다. '이 사람이 돈 떼어먹고 도망갈 것인가?' 또 하나의 특징은 말을 짧게 하고 사람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점이었다. 밥 먹다가 강호동양학의 장문인(?)을 제압하는 코멘트를 하나 날리는 게 아닌가! “조 선생, 돈맛을 압니까? 맛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아는 체를 합니까?” “무슨 맛입니까?" "죽어도 못 끊..

2024.03.03

예(藝) 안에서 놀다

예(藝) 안에서 놀다 '유어예(遊於藝)'라는 말을 좋아한다. 놀기는 놀더라도 '예' 안에서 놀면 후유증이 적다. 그 예가 종합적으로 녹아있는 공간이 원림이라고 생각한다. 원림은 한자문화권의 상류층과 식자층이 가장 갖고 싶어했던 공간이다. 나는 원림을 좋아해서 시간만나면 중국의 졸정원(拙政園)을 비롯한 전통 정원들을 보러 다녔다. 특히 양주의 원림 중에서도 개원이 취향에 맞았다. 일본 교토의 정원만 해도 볼만한 곳이 금각사 정원을 비롯하여 20여 군데가 넘는다. 문제는 이러한정원(원림)들을 조성하는 데 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가산가수(假山假水,인공으로 조성한 자연)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조선의 원림은 돈이 적게 들면서도 그 효과는 크게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연에 있는 진산진수(眞山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