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어리버리 효과

송담(松潭) 2006. 10. 18. 10:53
 

어리버리 효과




어리버리. 태생은 인터넷 신조어이나 어느덧 익숙해진 낱말이다. 본디말은 어리보기로 말이나 행동이 다부지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어리버리가 뜨고 있다.


한때 쿨한 이미지가 각광을 받더니 이제 어리버리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느낌이다. 최근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나 영화는 어리버리한 주인공을 주요 무기로 삼고 있다. 어리버리한 여순경을 비롯하여 어리버리한 공주, 어리버리한 생계형 유괴범, 어리버리한 조폭, 어리버리한 구미호 가족, 굉장히 어리버리한 하이에나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이런 추세는 ’망가져야 산다’는 추세와 맥을 같이 하고 있다. 미남 미녀 스타이고 중견 연기자고 간에 망가지는 역으로 이미지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망가지는 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망가지는 역을 즐기고 있다. 이제 망가지는 역을 어떻게 잘 소화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살고 죽느냐로 연결되고 있다. 지난 10월 11일에 있었던 2006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중견 탤런트 임채무가 ’광고인이 뽑은 광고모델’에 선정됐다. 물론 망가지는 역을 멋들어지게 연기한 결과이다.


대인관계에서도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 빈틈을 보이는 사람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심리학자 애슬론교수는 너무 완벽한 사람보다 약간 빈틈이 있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하고 이를 실수 효과(Flatfall Effect)라 명명했다.


너무 완벽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자신의 결점이 노출 될 수 있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게 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된다고 한다.

반면에 빈틈을 보여주는 사람은 다르다. 허점이나 결점을 보이는 사람은 상대로 하여금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며, 최소한 그들과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해준다. 유능한 사람이 실수를 하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결점을 드러내면 그 사람이 진솔한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누구나 다 자신의 결점을 감추려 하기 때문에, 자신의 결점을 감추지 않으면 그 사람이 진솔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고 한다.


요즘 펀(fun) 경영을 도입한 기업이 늘어난다고 한다 펀 경영의 대표적인 CEO가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창업자인 허브 켈러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옷차림으로 어리버리한 표정을 하고 출근하는 그를 보면 직원들은 웃음부터 터트렸다고 한다.

최고 경영자인 허브 켈러가 이처럼 권위를 내던지고 웃음을 회사에 퍼트린 것은 ’신바람나는 직장’분위기를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이 덕분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9.11 테러 후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도산위기에 몰려 있을 때도 굳건히 자신의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펀 경영에서는 CEO들도 때로는 계산된 어리버리한 행동으로 주위를 안심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성과를 더 높인다.

더 크기 위해서 자신을 낮추고 숫제 망가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어리버리 효과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병우 / 보해양조 홍보팀장


2006.10.18 광주일보 은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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