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불복
(戰勝不復)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
승리한 자여! 승리를 버려라!
손자병법에 “전승불복(戰勝不復)”이란 구절이 있다. 해석하면 “전쟁에서 한번 거둔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멋있는 말이다. 손자병법에는 확실히 단순한 전술과 병법을 넘어서는 철학이 있다.
“세상에는 영원한 승리란 없다! 지금의 승리에 도취되거나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착각하지 마라! 승리는 하는 것 보다 유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다!” 라는 메시지를 복합적으로 담고 있는 사자성어가 바로 이 “전승불복”이다.
성공한 기업 또는 성공한 사람들이 영원히 그 승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승리를 하는 것 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다.
30년 전에 30대 대기업에 속했던 기업중에 지금까지 그 번영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20% 남짓 된다는 사실을 볼 때나, 한 때는 잘나가던 사람을 몇 년이 지나 다시 만났을 때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는 것을 보면 실감할 수 있다.
한번 이룬 승리에 도취되어 있는 순간 그의 뒤에는 또 다른 승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2002년 한국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 16강에도 들지 못한 채 슬쓸히 서울을 떠나야 했던 프랑스 대표팀. 당시 세계 랭킹 1위였던 그들은 한국에 들어올 때 여자 친구들을 동반하고 올 정도로 자만했고, 새로운 전술도 전혀 개발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룬 승리가 영원하리라는 착각과 환상 속에 참패와 수모를 당해야했다.
손자는 승리는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오행의 순환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한다. “저 우주의 구성물질인 오행을 보라. 어느 하나 승리를 독점하는 것은 없다.”
가장 강하다고 생각되는 쇠는 불 앞에서는 녹아 버리고, 승자인 불도 또 다른 승자인 물 앞에서 승리의 자리를 내주고 만다. 물은 다시 땅의 기운인 흙에게 빨려들어가며 무릎을 꿇고, 흙은 다시 나무에게 머리를 숙이고, 나무는 다시 쇠에게 찍히고 만다. 과연 어느 기운이 이 우주의 진정한 승자인가?
손자는 또 말한다. “춘하추동 사계절도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저 하늘의 태양도 동쪽에서 떠올랐다 끝내는 서쪽으로 지고 만다. 달도 차고 기우는 순환을 한다.” 손자의 이 철학은 세상에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뜻이다.
승리했다고 환호할 시간이 없다. 그 승리 뒤에 다가오는 또 다른 실패를 항상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장자에 “전승불복”의 정신을 잘 표현한 우화가 나온다. 장자가 밤나무 밭에 놀러 갔다가 까치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장자가 까치를 향해 돌을 던져 잡으려하는 순간 까치는 본인이 위험에 빠진 것도 모르고 나무에 있는 사마귀 한 마리를 잡아 먹으려고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런데 사마귀 역시 자기 뒤에 까치가 자신을 잡아 먹으려는 사실을 모른 채 매미를 향해 두 발을 쳐들고 매미를 잡으려 하고 있었고, 매미는 그것도 모르고 나무 그늘 아래서 모든 것을 잊고 노래하고 있었다.
장자는 순간 세상의 모든 것들 중에 진정한 승자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던지려는 돌을 내려 놓았다. 그 때 밤나무 밭지기가 �아와 장자가 밤을 훔친줄 알고 그에게 욕을 퍼부었다. 장자 역시도 최후의 승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물려 있으면서 자신이 영원한 승리자인 듯 착각하고 있다.
세상의 마지막 승자는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변화하는 자가 될 것이다.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겸손함으로 자신을 낮출 때 진정한 승리가 그와 함께할 것이다. 한번 승리했다는 것, 결코 환호할 만한 일은 아닌 것이다.
박재희(중국철학 박사)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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