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노트

‘정관스님 나의 음식’중에서

송담(松潭) 2025. 4. 10. 10:51

‘정관스님 나의 음식’중에서

 

 

< 1 >

 

스님은 손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주 이야기한다. 손에는 섬세한 힘과 아름다움이 있으며, 우리가 세상과 관계 맺고 살아갈 수 있게 해준다. 손으로 누군가를 아프게 할 수도 있고 생명을 앗을 수도 있지만, 따뜻한 손으로 누군가를 돕고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손으로 음식을 만든다. 손을 거쳐 우리의 에너지가 자연 재료에 스며든다. 그리고 이렇게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 우리는 자연과 동화된다.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은 정원에서 키운 오이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오이가 되고 오이가 저 자신이 되지요.” 음식으로 나의 에너지와 자연의 에너지가 만나 하나가 된다. 이것이 바로 손이 지어내는 마법이다.

 

< 2 >

 

" 모든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다른 존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 해요.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생명의 원리입니다. 식물은 보통 꽃이 피고 열매가 익어갈 때 독성이 가장 강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알아야 독성을 중화하고 건강한 음식을 준비할 수 있어요. 채소를 조리하는 방법에 따라 많은 것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삶거나 데치거나 쪄서 먹을 수도 있고, 특정 발효양념장을 쓸 수도 있어요." 스님에 따르면 간장과 된장은 채소의 풍미를 끌어올릴 뿐 아니라, 독성을 중화시키고 소화를 도와 장내 유익균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한다. 스님의 말을 들으면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며 유기적인 것인지 깨닫게 된다.

 

< 3 >

 

여름에 익는 쌀은 몸을 따듯하게 하지만 겨울 작물인 보리는 몸을 차게 한다. 그래서 무더운 여름에는 몸의 열을 내리는 보리차를 마시면 좋다. 몸을 따듯하게 하는 재료로는 마늘, 생강, 고추, 감자 등이 있다. 반대로 채소와 샐러드는 자연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서, 날로 너무 많은 양을 먹으면 몸에 냉기가 축적되어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한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온기와 냉기의 균형이 조화로워야 한다. 따라서 채소는 익혀서 간장으로 맛을 내거나 두부와 같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더하는 것이 좋다.

 

< 4 >

 

공양이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준비한 음식을 정중히 내주고 받는 일이다. 여기에는 엄숙함과 함께 우리에게 생명의 에너지를 주는 음식을 향한 감사가 담겨 있다. 불교에서는 '밥 한 톨에 온 우주가 담겨있다'고 이야기한다. 쌀 한 톨에는 대지와 햇빛, 비, 바람, 달빛, 안개, 이슬의 힘이 모두 담겨 있다. 여기에 곡물을 농사짓고 수확한 사람들의 노고와 에너지가 더해진다. 내 앞에 놓인 쌀 한 톨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마음 깊이 감사함을 느껴야 하는 이유다.

 

 

< 5 >

 

음식은 사람을 움직이고 변화시킨다. 건강한 음식을 먹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생각이 명료해진다. 얼굴색도 변하고 모습도 달라진다.

 

사찰음식은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다. 스님들의 수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오랜 시간 지혜를 그러모아 발전시켜온 식생활 전통인 것이다. 건강에 이로우며 마음에 자양분을 공급하고, 더 맑은 시야로 삶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저는 셰프가 아니라 수행자입니다." 정관스님은 자주 강조한다. 수행자란 '행동과 습관을 바꾸려고 힘쓰는 사람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언제나 좋은 습관과 긍정적인 마음, 타인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를 갖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하여 수행은 한순간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라 평생에 걸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는 자기 인생의 수행자다. '수행자를 위한 음식’이란, 어쩌면 삶에서 스스로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모든 이를 위한 음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