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상식. 심리

전체는 부분들의 합보다 크다

송담(松潭) 2021. 1. 20. 17:14

전체는 부분들의 합보다 크다

 

The whole is more than the sum of its parts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형이상학(Metaphysics)>

 

 

영어로 간추려 속담처럼 정리한 인용문은 "전체성이란 본질적으로 단순한 집합이 아니어서 부분들의 모임에 통일성이 가미되어 훨씬 큰 효과를 낸다"는 누적 효과의 인과법칙으로, 요즈음 여러 분야에서 유행하는 표현인 '동반상승효과(synergy)'와 같은 의미다. 수학적인 덧셈에서와는 달리 집단이 뜻을 모으면 구성 단위에 추가로 새로운 가치가 생긴다는 공식이다.

 

형이하학적인 부분들은 전체를 이루는 과정에서 형이상학적인 단위로 진화한다. 그것은 단어와 문장의 관계와 같다. 문장으로 결합한 다음에는 하나하나의 단어에 따로 담긴 고정된 내장 개념들이 접속 작용을 통해 다른 어휘들에 숨겨진 동종의 요소들로부터 자극을 받고 유기적으로 조합하여 활력이 생긴다. 불완전 연소의 상태로 여러 단어의 저변에 깔려 죽어 있던 다양한 인자들에 불이 붙어 잠재적 의미들이 살아나기 때문이다.

 

무생 원소들이 결합하여 세상 만물을 만들어내는 방식과 똑같은 생명 창조의 원칙에 따라, 인간의 삶에서는 줄지어 흘러가는 나날과 거기에 담기는 크고 작은 행위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성을 형성하고, 사람은 살아가는 사건들의 궤적으로 업적을 구성한다.

 

그러니 인생에서 또한 반응하는 전체의 구성이 단순한 합보다 커져야 순리다. 하나하나의 작은 현상들이 좌충우돌 이어져 인생의 줄거리를 구성하면 사건들의 합을 훨씬 능가하는 단독 실체가 태어난다. 사람의 생애는 삶의 주인이 업적의 주제를 기획하고 빚어내는 크기만큼 역동한다.

 

안정효 / ‘읽는 일기’ 중에서

 

 

< 보조자료 >

 

하나 더하기 하나는 둘이다. 수학에서는 언제나 그렇다. 그러나 세상 만물이 다 그렇지는 않다. 특히 생명의 세계에서 1 더하기 1은 2가 아닌 경우가 많다. 대개 그 답은 2보다 크다. 생물은 분자, 세포, 조직, 기관, 개체, 개체군, 종에 이르는 위계 구조를 가진다. 분자가 모여 세포를 이루고 세포가 모여 조직을 형성한다. 그렇게 단계를 오를 때마다 전혀 새로운 특성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이를 창발성이라고 부른다.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룰 때 그 조직의 특성은 세포와는 완전히 다르다. 뇌세포가 모여서 뇌를 이루지만 뇌의 기능과 역할은 뇌세포의 단순한 총합을 뛰어넘는다. 마찬가지로 개체가 모여 사회를 형성할 때 그 사회는 개체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개미나 꿀벌에 대한 해부학적 연구로는 그들의 사회적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수학에서는 부분의 합이 곧 전체이다. 물리학이나 화학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생물학만 해도 그런 등식이 깨진다. 인간 사회로 넘어오면 더욱 그렇다. 경제학이나 사회학의 영역에서 종종 전체는 부분의 합과 다르다. 양의 축적이 질의 도약을 가져온다.

 

김소일 / 세바스티아노, 보도위원

 

창발성(Emergence)이란 개념이 있다. 이것은 단순한 결합이 복잡한 결과를 나타내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인간의 뇌를 예로 들면 하나의 뉴런은 인식능력이 없지만 수십억개의 뉴런이 결합하게 되면 자기 인식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이 창발성은 명령을 내리는 조정자 없이 각 부분의 의사소통으로 자기 조직화를 이루게 되고 이러한 밑으로 부터의 힘은 예기치 못한 기능을 발현하는 힘을 말한다. 쉽게 생각하면 집단 지성과 같은 것이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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