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족

도토리는 왜 둥글까

송담(松潭) 2020. 9. 9. 12:29

도토리는 왜 둥글까

 

 

 

 

박새 부부가 지극정성으로 먹이를 날랐다. 그렇게 키운 새끼들이 날개를 푸드덕거릴 정도 되었을 어느 맑은 날, 어미 새와 박새 다섯 마리가 나란히 가지에 앉아 있었다. 어미 새가 이상하게 날아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사이, 우리는 그게 녀석들의 첫 비행 연습이란 걸 알아차렸다.

 

드디어 몇 번의 연습 끝에 박새 새끼들이 상공으로 첫 비행을 하는 순간! 숨죽여 지켜보던 우리도 소리 없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였다. 첫 비행에 성공한 다섯 마리의 박새가 그대로 둥지를 떠나 돌아오질 않았다. 그 길로 부모를 떠나 각자의 갈 길을 찾아간 셈이었다. 아. 이런 허망하고 쿨한 독립을 봤나.

 

가을이 되면 도토리가 상수리나무 밑에 떨어진다. 도토리가 둥근 이유는 잘 굴러가기 위해서, 그래서 되도록 부모의 그늘 밑을 벗어나 멀리 가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부모 그늘에 있다가는 어린 도토리는 싹을 틔우기 어렵다. 상수리나무는 다 자란 도토리를 떨어뜨릴 때 자신에게서 좀 더 멀리멀리 가라고 내친다. 품에서 떨어져나간 도토리는 비탈길을 굴러 그 길로 부모와 이별한다.

 

인간만이 오랜 세월 자식을 끼고 간섭하고 그들의 삶을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부모 품에 너무 오래 머무는 자식들치고 잘되는 경우를 많이 보진 못했다. 부모의 품이 아무리 포근해도 그늘 밑에서는 맘껏 햇볕, 바람 맞으며 자랄 수 없다. 좀 더 쿨하게 보내주자. 사랑하는 내 자식을 위해서.

 

오경아 / ‘안아주는 정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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