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판소리, 칸타타
칸타타는 클래식의 대표적인 노래 음악형식이다. 칸타타를 검색해보면 보통 ‘노래하다’라는 의미의 이탈리아어 ‘칸타레Cantare)’에서 칸타타라는 말이 유래됐다고 나온다. 칸타타는 노래와 반주로 이뤄진 짧은 음악극 형식으로 보통 레치타티보와 아리아로 이뤄져 있으며 바로크 시대에 가장 유행했던 성악곡 형식이다. 그리고 종교칸타타와 세속칸타타로 나눠진다.
사실 이러한 해석은 정말 쉽고 간략하게 칸타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반대중은 그저 어렵고 난해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다. 그런데 생각을 조금 달리하면 칸타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떤 음악형식과 굉장히 흡사하기 때문이다. 바로 판소리다. 심지어 칸타타에서 노래하는 방식도 명칭만 다르지 역할은 거의 비슷하다. 따라서 판소리와 같이 비교하면서 칸타타를 이해하면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노래하다’라는 뜻에서 파생된 칸타타와 ‘소리’라는 단어가 들어간 판소리. 이름에서부터 굉장히 비슷하다.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은 바로크 시대나 조선 시대나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는데, 언어와 음악의 표현이 다를 뿐이지 극을 노래로 표현하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더 신기하다. 우리가 오페라나 칸타타 오라토리오 등 클래식 성악곡을 알아갈 때 가장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점이 바로 레치타디보다. 대사를 말하듯이 노래하는 형식의 창법인데 판소리에서는 그 부분을 ‘아니리’라고 부른다. 그리고 당연히 아리아는 판소리의 ‘창’이다. 판소리에선 ‘고수(북 치는 사람)’가 있는데 이 역할이 클래식에서는 반주를 연주하는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역할이다.
그렇다면 레치타티보와 아리아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판소리로 말하자면 아니리와 창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칸타타와 판소리에서 나온 이 2가지 질문은 같은 맥락에서 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름만 다를 뿐이지 역할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레치타티보는 전체적인 흐름을 노래로 설명하고, 아리아는 특정 중요 부분의 자세한 상황과 감정을 노래로 묘사한다. 판소리도 마찬가지다. 아니리로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야기하고, 창으로 자세한 사건과 감정을 노래한다,
바흐는 유독 칸타타를 많이 작곡했는데 그 이유는 바흐의 활동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교회에 소속된 음악가로서 많은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바흐는 매주 예배에 쓰이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다. 보통 교회에서 목사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매주 다른 것처럼 음악 역시 달라져야 했다. 따라서 바흐는 다양한 칸타타를 만들어야 했고, 이처럼 교회에서 예배용으로 만들어 진 칸타타가 바로 종교칸타타다. 반대로 <커피칸타타〉처럼 비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칸타타를 세속칸타타라고 한다. 사실 종교니 세속이니 하는 이름들은 후대에 바흐와 같은 대가들의 작품을 이해하고 분류하기 위해 만든 명칭이다. 결국 칸타타는 사람들과 가볍게 즐기기 위한 음악드라마이자 함께 예배를 드리기 위한 음악적 도구였던 것이다.
음악의 기승전결, 소나타
먼저 클래식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음악인 성악과,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인 기악으로 나눌 수 있다. 한마디로 노래는 칸타타. 연주는 소나타 이렇게 크게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결국 소나타는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통칭하는 용어인 것이다. 악기로만 연주되는 음악을 통칭하던 소나타가 여러 시대를 거쳐 나중에 소나타 형식이라는 이름으로 독립됐는데, 소나타를 글쓰기에 비유하자면 '기승전결(起承轉結)'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기 위해 글을 논리적으로 쓰려면 가장 기본적인 틀로 기승전결을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 그런데 작곡가들은 비언어적인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받아야만 한다. 음악을 어떻게 논리적으로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그래서 나온 방식이 제1주제, 제2주제다 보통 하나의 주제와 2가지의 이유, 그 이유의 뒷받침, 그리고 다시 한 번 마무리되는 형태가 소나타의 요지다.
맨 처음 나오는 견해와 서론은 ‘기(起)’에 해당하는 제시부다. 그리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전개부가 ‘승(承)’이다. 다시 한 번 제시부를 조금 다르게 이야기하는 재현부인 ‘전(轉)’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코다(coda)’라는 종지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 다가 ‘결’에 해당된다.
음악의 내용은 우리가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것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 주제의 반복과 변형은 그 주장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장치다. 하지만 똑같은 주장을 계속 반복하면 잔소리처럼 들리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 멜로디를 들려주고 다양한 방법으로 대비를 준 다음 다시 처음 들려줬던 주제 멜로디를 약간 다르게 들려주며 마무리한다. 조금 더 비유해보자면 어떠한 음악의 주제 멜로디를 현악기가 연주했다면 재현되는 부에서는 목관악기로 변화를 줘서 연주하는 방식이다. 또한 분위기 변화를 주는 지점을 흔히 발전부로 보는데, 여기서 곡의 조성인 화성을 바꿔서 분위기를 전환하거나 템포(빠르기)를 조절해서 분위기를 새롭게 한다. 화성을 바꾼다는 의미는 어떠한 주장의 장점과 단점을 번갈아 말하는 것과 같다.
클래식 공연을 보러 가거나 다른 방송매체에서 클래식 연주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소나타라는 단어를 흔히 듣게 된다. 앞으로 소나타라는 명칭을 듣는다면 음악으로 이야기하려는 하나의 주장을 특정한 형식 안에 담아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직접적인 언어가 아니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비언어적이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허용범위가 더 넓다. 같은 음악이어도 각자가 원하는 대로 그려볼 수 있기 때문에 클래식이 더 매력적인 것이다.
낭만주의 시대의 악기 연주자
고전주의 시대에 본격적으로 소수가 아닌 다수, 즉 대중을 위한 보편 적인 음악이 만들어졌지만 낭만주의 시대에 와서는 이제 다시 개인의 감정이 중요해졌다. 음악이 다시 소수만을 위해 소비되는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더 많은 대중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다양화됐다는 뜻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자연스럽게 음악가들도 자신의 주관적인 기준과 감각으로 음악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상과 음악의 변화들은 당연히 사회 흐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낭만주의 시대인 19세기 유럽은 산업화가 주를 이룬 시기였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심이 형성되고, 많은 이들이 직업과 교육 문제로 도심에 몰려들게 된다. 그리고 음악가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도 도심으로 거처를 옮긴다.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예술가의 일거리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경제 활동을 하기 능해졌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도 동시다발적으로 생기게 됐다. 바로 정신적 피로감, 즉 스트레스다. 사람들은 이러한 문제점의 해소법 중 하나로 여가활동을 찾았다. 대표적인 방법이 악기를 배우거나 아마추어 합창단 같은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악기를 취미로 배우는 사람이 많아지자 아마추어를 위한 쉬운 작품이 많이 만들어졌고 악보 출판도 자연스럽게 성행하게 됐다. 이때 떠오른 대표적인 악기가 피아노다. 기존에 피아노가 가지고 있던 단점이 보완되고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조금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연주자들이 개인 레슨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예전보다 더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악기 연주자들이 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악기 연주자는 니콜로 파가니니(Niccolo Paganini)와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프레데리크 쇼팽(Frederic Chopin)이었다. 이렇게 뛰어난 연주자들을 보통 ‘비르투오소(virtuoso)’라고 불렀는데,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어느 유럽 유명 연주자를 초청한 연주 홍보물에는 ‘이 시대 마지막 비르투오소’와 같은 문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였던 리스트와 쇼팽은 요즘 표현으로 하면 싱어송라이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작사, 작곡, 노래까지 하는 가수를 지칭하는 말이지만 자신이 만든 작품을 직접 연주까지 하는 음악가라는 큰 틀의 개념에서는 비슷하다.
체코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Antonín Dvorak)은 미국에서 고향 체코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교향곡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를 통해 표현했으며, 훗날 이 곡은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이렇듯 자신이 출생한 나라의 정서를 담은 음악을 민족음악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민족음악 역시 낭만주의 시대의 특징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마웅준 / ‘퇴근길 클래식 수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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