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소나타의 아름다움은 단순함에 깃든다

송담(松潭) 2019. 1. 7. 20:49

 

소나타의 아름다움은 단순함에 깃든다

 

 

 

단순함이란 궁극의 정교함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

 

 

원래 모차르트의 음악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지 기억을 되살려보세요. 모차르트의 음악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반짝반짝 작은 별> 같은 동요풍 음악을 떠올리곤 합니다. 거창하거나 난해하지 않아서인지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이나 듣는 쉬운 음악이라고 여기게 되나 봐요.

 

 쉬운 음악은 시시한 걸까

 

 왠지 쉽다는 인상은 있었어요. 클래식 중에서도 모차르트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무시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요?

 

 쉬운 음악이 곧 수준 낮은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그렇습니다. 아주 끈질기게 남아 있는 편견이죠. 그런 편견 중에는 잘못된 엘리트주의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습니다. 요즘에는 그게 한층 이상한 쪽으로 발전해 인디 병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라고 해요. 남들과 다르게 독특한 가수를 좋아한다는 데서 느끼는 지적 우월감을 비꼬는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좋아하던 가수가 인기를 얻는 순간 흥미를 잃는다고 합니다. 모두 다 아는 가수라면 우월감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은 비교적 단순하고 보편적인 모차르트 음악을 높이 치지 않을 수도 있겠죠.

 

 분명 내 취향이 시시하다고 생각될까 봐 모차르트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타인의 취향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부정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모차르트의 음악처럼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음악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 말을 보탤 필요 없이 가만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어보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뛰어난 기술과 빛나는 독창성이 어우러져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죠. 듣고 있다 보면 왜 옛사람들이 천재를 신이 내린 사람이라고 여겼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보다 조금 건조하게 이야기하면, 흔히 모차르트의 음악을 우아하다고 묘사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빠져 허우적대지 않는, 아주 세련된 음악이라고 하죠.

 

 절제하는 아름다움

 

 음악은 작곡가의 감정을 담는 게 아닌가요?

 밤에 쓴 편지를 낮에 다시 읽어본 적 있나요? 아마 좀 낯간지러울 겁니다. 넘쳐흐르는 밤의 감성을 절제하지 못하고 편지 속에 전부 쏟아냈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자기감정에 도취되어 작곡을 하면 군더더기 많고 어설픈 곡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가장 가난하고 힘들던 시기에 만든 음악조차 사뿐사뿐 경쾌합니다. 유별나게 길거나 복잡하지도 않고요. 모차르트 음악의 멋진 점이죠. 듣는 사람을 압박하거나 허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허세가 느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데요?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기는 하겠지만, 저는 음악에 현란한 기교가 많이 강조되거나 필요 이상 로 규모가 거창하면 허세가 있다고 느낍니다. 예를 들어 다음 페이지에서 모차르트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와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비교해보세요. 규모에서 매우 차이가 나죠? 모차르트 음악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말러의 교향곡을 과장이 심하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베토벤의 음악 역시 과한 측면이 있어요. 베토벤의 음악은 듣는 사람을 지나치게 압도하거든요.

 

 

단순하고도 세련되게, 쉽고도 우아하게

듣는 이를 압박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음악들이 있다.

하지만 모차르트의 음악은 그렇지 않다.

모차르트는 자연스러운 선율과 조성을 써서

단순하지만 유치하지 않고,

우아하지만 어렵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2018.12.5 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룸 시간에 조성진이 초대되어 대담 후 모차르트곡을 연주하고 있다.

 

 

 최고의 천재로 태어나 초라하게 묻히다

 

 모차르트의 장례는 매우 조촐했습니다. 당시 빈에서 중산층의 화려한 장례식을 금지했기 때문이죠. 관이 아니라 포대에 시신을 담았고, 여러 사람과 함께 매장했으며, 묘비도 나무로 세워야 했다고 합니다. 게다가 모차르트가 묻힌 성 마르크스 교회는 묘비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수차례 이장을 거듭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모차르트가 정확하게 어디에 묻혔는지도 알 수 없게 되었어요. 19세기 호사가들은 모차르트가 빈 사람들에게 완전히 버림받았다는 듯 이야기를 꾸며냈습니다만 성대한 장례식이 열리지 않았다고 모차르트가 인기가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모차르트의 생애와 관련해서는 왜곡된 이야기가 많아서 걸러 들어야 합니다. 장례식 이야기도 마찬가지고요.

 

 그럼에도 모차르트가 시대적 불운을 겪은 것은 사실이에요. 갑작스럽게 음악을 후원하던 귀족들이 몰락해버렸는데 아직 빈에서는 런던처럼 돈을 내고 음악회에 가는 분위기가 만들어 진 상태도 아니었으니까요. 하이든이 얻었던 부와 명예를 모차르트는 간발의 차로 누리지 못했죠. 분명 비극적인 인생입니다. 전무후무한 신동으로 태어나서 수없이 많은 아름다운 곡들을 만들었지만 가난과 피로에 시달라다가 서른여섯도 되기 전에 죽은 음악가.., 묻힌 곳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끝이 초라했고요.

 

 모차르트는 9년의 결혼 기간 동안 여섯 명의 아이를 두었는데, 그중 모차르트가 죽은 후에 살아남은 아이는 두 명 뿐이었어요. 콘스탄체는 모차르트의 추모 음악회를 열거나 모차르트의 미발표 곡들을 출판한 덕에 여생을 어렵지 않게 살았고요, 1809년에는 덴마크 출신의 외교가 게오르그 니콜라우스 폰 니센과 재혼하여 80세까지 장수했습니다. 모차르트가 죽은 뒤로 50년이나 더 살았던 거죠.

 

 비록 살아서 영화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지금 모차르트는 가장 사랑받는 클래식 음악가 중 하나입니다. 600곡이 넘는 기악곡 성악곡 극음악, 종교음악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최고 수준의 걸작들이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연주되고 있어요. 모차르트가 죽은 지 200년이 훨씬 넘게 흘렀지만, 그 음악만큼은 여전히 흥미진진하고 우아하고, 또 선명합니다. 그래서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 거겠지요. 어쩌면 그 예술이 고단한 우리 삶의 유일한 위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은기 / ‘클래식 수업1’중에서

 

 

 

조성진은 클래식이 이른바 클로스오버로 대중화되는 것을 반대한다며

그 이유는 클래식음악의 순수성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18.12.5  JTBC 뉴스룸

 

 * 크로스오버(Cross-over)

 

 독립된 장르가 서로 뒤섞이는 현상을 말한다. 처음에는 클래식과 팝·국악과 양악의 결합 등 음악용어로 쓰였으나 점차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뮤지컬·연극·무용 등을 혼합한 공연이나 TV·통신·컴퓨터 등 미디어의 통합추진도 크로스오버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자신의 영역을 더욱 확대하려는 문화 생산자의 욕구와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사회평론가들은 크로스오버 현상은 문화분야뿐 아니라 민간과 정부, 보수와 진보, 과학과 예술, 학문간 통합연구 등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매경시사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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