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낭만주의 시대 음악의 특징들

송담(松潭) 2019. 1. 25. 12:31

낭만주의 시대 음악의 특징들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까? 먼저 오케스트라 음악을 살펴보면, 사실 현대 클래식 작곡가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당시 낭만주의 시대의 음악가들에겐 커다란 벽이 존재했다. 바로 고전주의 시대의 작곡가인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다. 세련미와 보편성을 추구했던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들이 아직까지 대중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각인돼 있었다. 따라서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들은 이들 3명의 작품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고 또 동시에 이들을 뛰어넘어야 자신들도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아니면 몇 대째 이어진 원조라고 내세우는 음식점처럼 적어도 자신이 누구의 계승자라는 명성이 필요했다. 사실 이 모든 욕구는 결국 개인의 성공에 필요한 요소들이다. 특히 역사적으로는 고전주의 시대로 분류돼 있지만 실제로는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시대 사이에 걸쳐있는 베토벤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이 전통을 중시하는 음악가와 혁신을 중시하는 음악가 두 부류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과 전통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은 총 9개의 교향곡을 작곡했는데 스타일이 극명하게 2가지로 나눠졌다. 하나는 교향곡 1, 2, 4, 7, 8번처럼 아무런 부제 없이 오로지 숫자로만 표기한 교향곡들이다. 이를 보통 음악사에선 ‘절대음악’이라고 칭한다. 모든 것을 음악으로만 표현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나머지 3, 5, 6, 9번처럼 각각 ‘영웅’, ‘운명’, ‘전원’, ‘합창’과 같은 부제가 붙은 교향곡들이 있다. 이 교향곡들은 일명 '프로그램 음악'이라고 이야기한다. 조금 더 친근한 용어로는 ‘표제음악’이라고도 한다. 이 2가지 방식에 대응해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들은 각자의 스타일을 이어갔다.

 

 절대음악을 계승한 이 들은 대표적으로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와 로베르트 알렉산더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이 있었고, 표제음악을 계승한 이들은 대표적으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Strauss)가 있었다. 처음엔 표제음악이 새로운 음악을 원하는 대중에게 많은 인기를 얻게 됐다. 교향곡 앞에 붙은 제목이 사람들로 하여금 미리 그 음악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을 하며 들어야 했던 기존의 절대음악보다 감상하기 편하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리고 표제가 붙은 교향곡들도 점점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형식이 간단해지기 시작했는데 이로 인해 ‘교향시(Symphonic poem)’가 등상한다. 주로 4악장의 형식으로 나눠지던 음악이 악장 대신 여러 소제목을 가진 커다란 하나의 음악으로 바뀌었다. 여러 회로 나눠지는 기존 드라마가 강세였던 시절에 한때 미니시리즈라는 단편 드라마가 인기였던 것처럼, 여러 악장의 큰 흐름을 가진 교향곡을 즐기기 부담스러워했던 청중에게는 교향시가 대안이 됐다.

 

 이 시기에 오페라도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스토리 구성이었다. 전통적인 주제를 가진 비극적인 내용의 오페라와 재미를 강조한 희극 오페라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현실적인 소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스토리도 등장했다. 어렸을 적 상처 때문에 남성편력을 가진 공주가 등장하는 오페라 〈투란도트 (Turandot)>, 여러 남자를 흘리고 다니는 담배공장 아가씨 카르멘과 그를 사랑하는 두 남자의 삼각관계를 그린 <카르멘(Carmen)> 등이 있다. 또한 신화적 이야기 대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로만 극을 이끌어가는 <라보엠(La Boheme)>도 눈에 띈다. 앞의 오페라들은 뛰어난 작품성으로 지금까지 우리 곁에서 공연되고 있지만 그것은 음악의 힘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음악의 힘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오페라가 바로 지아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의 <투란도트>다. 오페라 <투란도트> 중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아리아 중 한곡이다. 멋지고, 아름답고, 웅장해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요소를 두루 갖춘 곡이다.

 

 또한 낭만주의 시대의 클래식은 개인의 감정을 노래하기 위해 음악적 고정관념을 깬 시기다.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틀을 깼다는 표현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자유롭게 음악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의 감정을 표현한 음악은 당연히 개인적인 용도로도 사용됐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음으로 사랑을 고백한 영국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Edward Elgarr)의 사례가 그러하다. 고백을 위해 만든 엘가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 카미유 생상스(Camille Saint Saens)가 친한 지인의 축제를 위해 작곡한 <동물의 사육제(Carnival of the Animals) >등 개인과 소수의 낭만을 위해 음악이 만들어졌다. 전자의 경우 왕이나 불특정 다수가 공감해야 하는 음악이 아닌 자신만의 사랑 이야기였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곡에 자신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음악 안에 담긴 감정들이 더 다양해진 것이다.

 

 낭만주의 시대의 또 다른 변화 중 하나는 음악 연주단체의 변화다. 기존 궁정이나 시에 소속된 오케스트라의 형태와 달리 독립된 오케스트라들이 탄생하기 시작한다. 오케스트라도 본격적으로 불특정한 대중의 마음을 잡아야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 움직이게 된 것이다. 물론 개인 후원이나 정부의 후원도 있지만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만 유지될 수 있었다. 현재 해외 명문 오케스트라로 잘 알려진 악단들도 대부분 낭만주의 시대에 창단됐다. 미국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런던의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대표적이다. 완벽하게 독립된 민간단체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전 궁정 소속의 오케스트라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연주단체들이다.

 

 나웅준 / ‘퇴근길 클래식 수업’중에서

 

'클래식, 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란츠 리스트  (0) 2019.03.09
로드리고의 아랑훼즈 협주곡   (0) 2019.01.27
유럽의 판소리, 칸타타  (0) 2019.01.24
마지막 4중주  (0) 2019.01.12
겨울 여행  (0) 2019.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