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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의 일치가 가져오는 혁명

송담(松潭) 2018. 8. 13. 14:11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의 일치가 가져오는 혁명

 

 

 

 일상몰입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기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이런 기기가 실현 가능해지려면, 기기를 사용하는 동안 사용자 주변의 아톰세계(atom world, 실재 시공간을 점유하는 현실 세상)에 대한 정보들을 모두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로 보내줘야 합니다. 그래야 도로 위의 장애물 정보를 파악해서 내가 부딪히지 않도록 알려준다거나 다른 사람이 가상 공간에서 나를 인식하게 만들 수 있죠. 이를 위해서는 아톰 세계의 상황을 전부 비트화 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필수적입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얻은 아톰 세계에 대한 정보는 아마도 그 양이 엄청나게 클 것이며, 데이터 형태도 다양하고 늘어나는 속도도 무척 빠를 테니 당연히 빅데이터라 부를 수 있겠지요. 그러면 인공지능이 이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사용자에게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 바로 일상몰입 기술이 될 겁니다. 다시 말해 일상몰입 기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가상현실/증강현실, 인공지능 등이 필요한테 지금 이런 기술들이 현실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엔지니어들이 다음 세대 플랫폼으로 일상몰입 기기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사물인터넷을 위한 센서의 가격이 1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어떤 물건에든 센서를 달아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우산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달면 여러분이 카페에 우산을 놓고 떠났을 때 우산이 여러분에게 문자를 보낼 겁니다. “저를 진정 버리실 건가요?"(웃음) 카펫에 달린 센서가 청소기에게 카펫 위 먼지 정보를 보내, 우리가 집에 없는 동안 자기들끼리 알아서 청소를 해둘 겁니다. 빅데이터를 잘 저장하고 구조화해 정리하고 처리할 수 있는 기술도 꽤 성숙했습니다. 하둡(Hadoop) 같은 도구를 사용하면 여러 대의 컴퓨터를 마치 하나인 것처럼 묶어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머신러닝의 등장으로 인공지능도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정확도를 보이게 됐습니다. 증강현실마저 상용화 수준이 된다면, 일상몰입 기기는 조만간 세상에 등장할 겁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제가 지금 말씀드린 기술의 철학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정신이라는 사실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사물인터넷을 통해 아톰 세계를 고스란히 비트화해서 비트 세계와 일치시키면 이 빅데이터를 클라우드 시스템 안에 저장해서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아톰 세계에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산업으로의 전환을 말합니다. 4차 산업혁명을 제안한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가 일치하는 것을 가상 물리 시스템(CPS. Cy-ber-Physical System)'이라고 불렀습니다. 이것을 중국에서는 유사한 개념으로 ‘O 2O(Online to Offline)‘라고 부르는데, 다소 제한된 용도로만 사용합니다. 우리는 중국이 사용하는 이 개념을 몇 해 전부터 언론이 사용하고 있고요.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의 일치가 도대체 어떻게 혁명을 만들어내는지 궁금하지요?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예를 들어보지요. 예전에는 낯선 곳을 찾아가기 위해 지도를 봐야 했고, 도로가 막히면 하염없이 운전석에 앉아 기다려야만 했지요. 밤늦게 택시를 잡을 땐 대책 없이 도로변에서 손을 흔드는 수밖에 있었습니다. ‘따블!’을 외치면서요. (웃음)

 

 그런데 지금은 구글 어스(Google Earth) 프로젝트라는 야심 찬 시도 덕분에 지구 표면의 모든 도로 정보가 비트화되어 데이터로 저장돼 있습니다. 자동차의 위치와 움직임 또한 글로벌 위치 파악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을 통해 추적 합니다. 덕분에 우리는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가장 빠르게 도착하기 위해서는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맞춤형 예측 서비스를 제공받습니다. 더 나아가 택시를 잡기 위해 우버나 카카오택시를 이용하면 택시를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를 수 있고, 택시가 오는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택시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 또한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제도 물론 가능하고요.

 

 존 행크(John Hanke, 전 구글 지도팀 상품기획부문 부사장)가 처음 구글 어스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모두가 그건 미친 짓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8년 만에 자신의 프로젝트를 완수했고, 사람들이 직접 차를 타고 도로를 달리면서 찍은 사진(streetcar view)까지도 구글 어스를 통해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이후 행크는 구글에서 독립해 직접 스타트업(나이앤틱)을 차리고 닌텐도와 협업해 게임을 하나 만들어 세상에 내놓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포켓몬 고(Pocketmon GO)’입니다. 아톰과 비트가 혼재돼 있고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걸 보여주는 게임인 포켓몬 고를 행크가 만들었다는 건 어쩌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도로 정보와 GPS를 통해 얻는 자동차의 움직임 정보까지 모두 비트화해서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를 일치하게 해준 결과, 내비게이션과 우버 서비스가 가능해졌습니다. 더 나아가 차선 안에서의 구제적인 정보, 도로의 노면 정보, 보행자에 대한 정보, 심지어 날씨와 계절에 따른 변화까지도 모두 고스란히 비트화해 놓으면 자율주행 자동차가 가능해지는 겁니다.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운전을 하면 우리보다 더 안전하게 운전하게 될 겁니다. 아톰과 비트의 세계가 일치해, 교통 시스템을 넘어 제조업과 유통업 전반에 걸쳐 산업 혁신을 구현하겠다는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입니다.

 

 

  *  1780년대 제임스 와트(James watt)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이 증기기관차를 만들면서 제1차 산업혁명, 제조와 유통의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가내수공업이 아니라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계가 등장했고, 우리 동네에서 만든 물건을 다른 동네에서 소비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1900년대 들어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사람을 고용하면서 전기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체제, 이른바 포드의 모델T로 상징되는 벨트컨베이어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제2차 산업혁명, 전기 혁명이 시작됐습니다.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이었습니다. 1950년대 컴퓨터가 등장한 이래 개인용 컴퓨터가 발명되고 거기에 인터넷, 모바일 기술이 더해졌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제3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디지털 기술이 아톰 세계와 비트 세계를 일치시키고 이를 1, 2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인 유통·제조업에 접목해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산업 구조를 만들겠다는 ‘1, 2, 3차 산업혁명의 융합 혁명인 셈입니다.

 

 정재승 / ‘열 두 발자국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