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 수필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을 보고

송담(松潭) 2020. 1. 18. 04:17

 

영화 돌아오지 않는 강을 보고

지교헌

 

 

 “돌아오지 않는 강”(The River of no Return)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매트 콜더(Matt Calder; Robert Mitchum )라는 청년은 살인죄로 형벌을 받고 복역하다가 석방되어, 어느 도시의 선술집에서 심부름을 하며 지내는 어린 아들, 마크(Mark)를 찾게 되고 강가에 있는 미개척지에 가서 밭을 일구며 오두막집을 짓고 살게 되었다. 어느 날 그들은 뗏목으로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도박꾼 해리(Harry Weston; Rory Calhone )와 그의 애인 케이(Kay Weston; Marilyn Monroe )를 급류로부터 구해주었다. 케이는 선술집에서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유지하면서 매트의 어린 아들, 마크를 돌보아 주던 여인이었으나 도박꾼 해리가 금광소유권을 따내고 카운슬(? ) 시로 금광소유권(金鑛所有權)을 등기하러 가는 길에 동행한 것이었다. 해리는 돌아오지 않는 강을 통하여 목적지로 가기는 너무나 위험함으로 자신을 구출해 준 매트에게 말과 총을 빌려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만일 매트가 말과 총을 빌려주면 인디안의 습격을 피할 수가 없는 까닭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도박꾼 해리는 드디어 완력으로 말과 총을 강탈하여 떠나고 말았다. 그러나 케이는 그것이 너무나 부당하고 마크를 돌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해리를 따라가지 않고 매트와 마크에게 남아서 그들을 돌보게 되었다. 이어서 매트는 인디안의 습격을 피하여 마크와 케이를 데리고 뗏목으로 돌아오지 않는 강을 따라 카운슬 시를 찾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폭포와 같은 급류에 목숨을 잃을 뻔하고 수차에 걸친 인디안의 습격을 겨우 물리치고 드디어 카운슬 시에 도착하는 데 성공하였다. 케이는 해리를 찾아서 매트와 원만히 상봉하도록 종용하였으나 해리는 다짜고짜로 매트를 향하여 총을 겨누었다. 이때 마침 해리의 뒤쪽에 있던 10살 밖에 안 되는 매트의 아들이 총을 가지고 있다가 해리를 쏘아 쓰러트리고 말았다. 매트는 선술집에 있던 케이를 마차에 싣고 떠났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말에 가정’(Home)이라는 말로 대신하였다.

 

 영화의 줄거리도 비교적 단순하고 배경도 복잡한 인상을 주지 않았으나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상상하게 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는 그들의 운명을 상상하게 하였다. 그리고 아름다운 록키산맥에서 흐르는 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로운 풍경은 시선을 집중케 하였고 그보다도 더욱 시선을 끄는 것은 케이가 부르던 노래 돌아오지 않는 강이었다. (번역문은 대략 다음과 같다.)

 

 거기엔 강이 있었네. 그 강은 돌아오지 않는 강으로 불린다네.

 강은 때로는 평화롭지만 때로는 제 마음대로죠.

 만일 그대가 들으려한다면 강이 그대를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 강위로 흘러가는 여행자에요.

 이리저리 휩쓸리다 영원히 폭풍의 바다 위로 사라지지요.

 철썩, 철썩, 만약 당신도 들으려 한다면

 강물이 당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나는 그 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잃어버렸어요.

 영원히 그를 그리워합니다.

 

 아름다운 계곡을 흐르는 물은 아름답기 이를 데 없다. 아름다운 산 그림자에 아름다운 녹음과 햇빛. 평화롭기만 한 잔잔한 물결. 그러나 때로는 절벽을 흐르는 도도한 물결! 그 물결은 때때로 모든 것을 삼키고도 남는 위력을 가지고 권세와 존엄을 가지고 폭군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랑은 그곳을 흘러가는 여행자란다. 예외적인 사람이 아니라면 사랑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고 케이가 부른 노래의 뜻을 부정하고 싶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내 나이 졸수(卒壽)를 바라보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세상에 떠들썩한 이야기 꽃을 피우지는 않았지만 나는 일찍이 사춘기부터 아름다운 여인들을 많이 보았고 그들에게 내 마음을 빼앗기기도 하였다. ‘돌아오지 않는 강을 여행하는 것과 너무나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나에게도 아름다운 백조가 나타났었다. 그러나 그 백조는 돌아오지 않는 강의 사납고 거친 물결에서 헤어나 아름다운 유토피아를 찾아 훨훨 날아오를 수 있었다. 거칠고 거세고 소용돌이치는 돌아오지 않는 강에 사로잡혔던 나는 오늘도 멀고도 드높이 날아오른 백조를 그리워할 따름이다 .

 

 케이가 선술집에서 부른 노래는 돌아오지 않는 강이었다. 그는 그 강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렸다고 하였다. 잃어버린 사람은 다시 찾을 수 없고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 사람이나 사랑뿐이랴. 성리학자들은 말하기를 사람은 누구나 희로애구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이라는 일곱 가지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그 일곱 가지 가운데 끼인 하나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랑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완전히 잃게 되는 순간이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만일 그 무엇이 남아 있다면 살아 남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나 희미하게 남아 있다가 그것마저 영원히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노래를 부르는 케이는 사랑을 잃었고 도박에 성공한 해리는 생명을 잃고 말았다. 그러나 매트는 간난신고(艱難辛苦)를 겪으며 아들을 찾고 나아가 사랑을 찾게 되었다. 그가 찾은 사랑은 케이를 마차에 태우고 가정을 향하여 달리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케이가 선술집에서 노래하던 자취는 마차 뒤에 떨어져 뒹구는 꽃신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돌아오지 않는 강은 너와 나의 강이며, 우리들의 강이며, 귀를 기울이는 너와 나와 우리들에게 사랑을 말하고 인생을 말한다. 희망은 절망으로 이어지고 절망은 다시 희망으로 이어진다. (2018.5.13.)

 

 

              지교헌

<월간수필문학>추천완료. 수필문학추천작가회 회원

한국문협, 국제PEN클럽한국본부 회원

<동양사상과 한국사상>외 논저 및 수필집 다수

성균관대대학원 문학석사 및 철학박사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학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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