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필요한 최적의 거리

송담(松潭) 2018. 5. 7. 09:59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필요한 최적의 거리

 

 

  연인 일러스트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람들은 '사랑' 이라고 하면 으레 '사랑에 빠지는 것(falling in love)'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다. 사랑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단계에서 사랑을 하는 단계를 지나 사랑에 머무는 단계로 나아간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세상과 격리된 채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황홀함을 즐긴다. 그러다 사랑을 하는 단계에서는 각자의 에너지를 한 방향으로 서서히 맞추어 가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간다. 그리고 마지막 사랑에 머무는 단계로 나아가면 편안하고 따스한 관계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둘만의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에서 세상과 연결된 차분하고 안정된 사랑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열정적인 감정이 식으면 어떻게 사랑이 변하느냐며 마치 사랑이 끝나기라도 한 것처럼 불안해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열정적이고 강렬한 사랑은 외부 세계와는 격리된 채 둘만의 관계에만 몰두하는 상태기 때문에 일을 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등의 일상생활에는 지장을 준다. 너무 뜨거운 사랑의 불꽃이 두 사람은 물론 주변까지 폐허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열정적인 사랑만이 진실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결국 사랑에 머무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채 사랑을 끝내 버린다. 그리고는 다시 하나가 된듯한 짜릿함과 황홀함을 맛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선다.

 

 다행히 그 관문을 무사히 통과했다고 해도 바로 사랑에 머무는 단계로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오래 지속시켜 나가려면 따로 또 같이라는 관문을 또다시 통과해야만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고유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키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욕망을 가지고 있다. 즉 누군가와 가까워지면 그 상대에게 전부 흡수되어 내가 없어지거나, 상대에 의해 휘둘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면서 자율성을 지키고 싶다는 욕구가 나타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어느 한쪽이 떨어져 있는 상태를 지나치게 못 견디면 다른 한쪽이 고유의 자율성을 침해당한 데 대한 분노를 터트림으로써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러므로 사랑을 오래 지켜 나가기 위해서는 둘만의 친밀함을 유지하면서도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하기 위한 거리가 필요한 것이다.

 

 가끔은 그 거리가 너무 멀어 불안하게만 느껴질 때 칼릴 지브란의 시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가 위로가 될 것이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마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 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마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김혜남 / ‘당신과 나 사이중에서

 

'사랑이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젠가는 떠올릴 수 없게 된다  (0) 2018.10.16
가을이 오기 전에  (0) 2018.09.01
사랑하면 그와 하나가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0) 2018.04.24
연애에 대하여  (0) 2018.01.20
이별에 지다  (0) 2017.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