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그와 하나가될 수 있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
아무리 익숙해지려고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정이 바로 외로움이 아닐까. 우리는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모두 엄마의 뱃속이라는 완벽한 세상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태아는 추위도 더위도, 배고픔도 모른 채 사랑 속에서 자란다. 그러나 엄마와 떨어져 세상에 나오면서부터는 시련이 시작된다. 배가 고프거나 어디가 불편하면 누가 먼저 알아서 해결해 주지 않으므로 울음이라는 수단을 써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럼 에도 엄마와 한 몸이라고 착각하던 아기는 생후 6개월쯤 비로소 엄마와 자신이 각각 분리된 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우울해진다. 바로 이때가 인간이 기본적인 우울 정서를 경험하는 최초의 시기라고 한다. 이 과정을 피해 갈 수 있는 사람은 아 무도 없다. 물론 이때 엄마가 아이를 잘 돌봐주면 아이는 우울의 자리에 희망을 채워 나간다. 자기 혼자 내팽개쳐진 듯한 느낌으로 괴로워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엄마와 하나였던 그때를 꿈꾼다. 그래서 외로움이 느껴지면 강박적으로 누군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어야 할 때가 있고,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을 만나기도 한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바빠도 외로움은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외로움을 억지로 이겨 보겠다고 애쓰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고통이 찾아오면 그 고통이 잦아들기를 기다리듯, 외로움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외로움을 달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함께한다고 해서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상대방과 나는 서로 다른 사람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사랑하면 할수록 발견하게 되는 건 상대방과의 차이이다. 우리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중에 상대가 나와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와 영혼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한다. 즉 하나로 합쳐지고자 하는 사람이 결국에는 나와 다른 존재임을 뼛속 깊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모두 서로 분리된 외로운 존재일 뿐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외롭다는 것을 이제는 인정해야만 한다, 결혼을 해도 외롭고 결혼을 안 해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란 얘기다. 그리고 아무리 사랑해도 그와 내가 하나가 될 수는 없다.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내가 서운하고, 때에 따라서는 네가 서운할 수밖에 없다. 다만 사랑을 하게 되면, 그래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하게 되면 사람은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나와 다른 존재 임에도 불구하고, 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해 주는 상대에게 깊은 감사를 느끼면서 사랑이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톨스토이의 “행복한 결혼 생활은 상대와 얼마나 잘 지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불일치를 감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김혜남 / ‘당신과 나 사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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