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떠올릴 수 없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사랑한 적이 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당신의 머리칼이 흩날리는 모습, 겨울이 다가오면 차가워질 그 손, 호흡을 내뱉을 때마다 허공에 흩어질 입김, 볼 수 없어도 선명히 눈에 보이는 그것들을 나는 사랑했다.
꼭 볼 수 있는 것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 볼 수 없어도 난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생각했으니까.
시간이 좀 지나고 깨달은 게 있다면, 볼 수 없는 것은 그저 볼 수 없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만질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들을 떠올릴 순 있으나 그것들의 감각이 희미해진다는 것이었다. 당신의 머릿결이 뻣뻣했는지, 입김은 어떤 온도였는지, 손은 거칠었는지, 날이 갈수록 희미해져 떠올리기조차 어려워진다는 것이었다.
보지 않아도 언제까지 떠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 나였으나 그것은 착각임을 깨달았다. 우리들은 보이지 않는 것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엔 너무나 유한하고 망각하는 존재들이다.
김해찬 / ‘너는 사랑을 잘못 배웠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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