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감옥 파놉티콘(panopticon)
18세기 영국의 공리주의자였던 제러미 벤담은 적은 수의 간수로 많은 죄수를 효율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바로 원형감옥인 파놉티콘(panopticon)이다.
파놉티콘은 감옥 중앙에 감시탑이 높게 솟아 있고, 그 주위에 동그랗게 감방이 있다. 감시탑에서 나오는 밝은 빛은 감방 곳곳을 비춘다. 중앙 감시탑에 있는 간수는 죄수들이 무엇을 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감시당하는 죄수들은 밝은 빛 때문에 간수를 볼 수 없다.
그러니 죄수들은 항상 감시받고 있다고 생각해서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간수가 실제 보든 안 보든,항상 감시당하고 있다는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원형감옥은 이렇게 죄수들의 행동을 통제한다.
죄수들은 원형감옥에서 항상 감시당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하며, 점차 권력의 요구에 따르고 규율에 복종하게 된다. 즉, 죄수들이 권력의 요구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다. 독재 국가의 사람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싶더라도, 독재자의 감시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여 그런 글을 올리지 않거나, 글의 표현을 순화하여 올린다. 자기도 모르게 권력의 시선을 내면화하고 권력에 복종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원형감옥의 무서운 힘이다.
한편, 형벌 제도는 공개 처벌과 가혹한 신체형에서 감옥의 탄생까지, 점점 인간적인 방향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푸코(1926~1984, 프랑스 철학자)는 이러한 변화가 인권의식이 발전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공개 처벌로 인해 반발과 한계에 부딪힌 권력이 적은 돈을 들여서 더욱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해 전략을 바꾼 것이라고 말이다.
예전에는 권력이 억압적이고 폭압적으로 처벌하고 지배했다면, 현대에는 지배받은 사람들이 규율을 스스로 내면화하고 순응하게 만든다.
권력은 지식과 이론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주입하여 스스로 따르게 한다. 합리적이고 교묘하게 지배하므로, 사람들이 지배받는 것을 느끼지 못할 정도이다.
권력은 ‘보이지 않게’ 모든 곳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통제한다. 우리나라 교실에서 학생들은 분단별로 가지런히 교탁을 향해 앉아 있다. 학생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서는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없지만, 교사는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각자 번호가 주어지고, 생활기록부에는 성적과 출석상황, 각종 활동이 꼼꼼하게 기록된다. 그 기록은 수십 년이 넘게 보관된다. 푸코는 감옥 체계야말로 근대 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했다.
“감옥이 공장이나 학교, 군대나 병원과 비슷하고, 이런 모든 기관이 감옥과 닮았다고 해서 무엇이 놀라운가?”
최진기 / ‘교실밖 인문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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