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story

피그말리온의 사랑

송담(松潭) 2015. 10. 15. 17:27

 

 

 

피그말리온의 사랑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전범이 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피그말리온의 기도가 나온다. 피그말리온은 키프로스의 왕이었다. 키프로스 여인들은 이방인을 살해해서 제물로 바치고, 아프로디테(혹은 비너스)가 여신임을 부인했다. 아프로디테는 격분한 나머지 키프로스 여인들을 모두 매춘부로 만들어 버렸다. 여인들은 몸과 아름다움을 팔면서 부끄러움을 몰랐고, 얼굴의 피가 굳으면서 단단한 돌로 변해갔다. 피그말리온은 여인들이 죄악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보면서 독신으로 지냈다.

 

 피그말리온은 눈처럼 흰 상아로 소녀상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만든 상아 소녀 조각상에 스스로 감동해서 사랑에 빠졌다. 그는 상아 소녀를 갈라테이아라고 이름 붙였고, 조각상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입맞춤도 하며 조개겁질과 백합 등을 선물했다. 그는 조각상에게 옷을 입히고 보석반지와 긴 목걸이도 걸어주었다.

 

 피그말리온은 아프로디테의 축제일에 제물을 바치고 상아 소녀를 닮은 여인을 아내로 맞을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아프로디테는 그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피그말리온이 집에 들어와서 상아 소녀에게 입을 맞추자 조각상은 생명을 얻었다. 갈라테이아의 손에는 반지가 생겼고, 그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의 징표였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피그말리온은 후세에 와서 수많은 사랑 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 피그말리온은 조각상을 통해 이상형(이상적 타자)을 만들었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이 신화는 사랑에 대한 수많은 영감을 불러 일으켰지만, 피그말리온의 사랑법에는 다양한 문제가 녹아있다.

 

 피그말리온에게 갈라테이아는 이상적 타자이다. 그러나 우리가 바라는 완벽한 이상적 타자를 현실에서 연인으로 찾기란 쉽지 않다. 누구나 이상형은 있다. 그렇지만 이상형은 내 안에만 존재할 뿐이다. 엄밀히 말하면, 피그말리온은 갈라테이아를 사랑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 자아를 사랑한 것이다. 이것을 투사적 동일시라고 말 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조디 헤이스는 투사적 동일시를 중독관계로 본다. 중독관계는 사랑할 누군가를 찾는데 사로잡혀 있으며, 서로에 대한 신뢰성이 결핍되어 있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더욱이 상대방에게 변하지 않는 관계를 기대하며, 관계에 문제가 생길 땐 그 문제에 사로잡혀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 중독은 열정과 절망의 순환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불안정한 감정 상태이다.

 

 피그말리온은 중독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는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에 부합하는 상아로 만든 소녀를 탄생시켰다. 갈라테이아는 피그말리온의 이상형이지만, 그녀는 이상형으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녀는 일방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을 뿐, 피그말리온과 상호관계 속에서 사랑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아니다.

 

 긍정적인 관계가 상대에게 약간의 영향은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일방적 관계가 된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아지기 어렵다. 피그말리온의 기도로 갈라테이아라는 생명을 얻었지만, 그녀가 스스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물론 조각상이었던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겠지만). 확실한 것은 갈라테이아처럼 사랑은 기다린다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과 상호작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주창윤 / ‘사랑이란 무엇인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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